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3.22 18:29

김철희 충남대·강훈철 세브란스 교수 공동팀, 질환 동물모델 개발하고, 발병 기전까지 밝혀

혈관신생성장인자(VEGF) 발현이 증가하고, 병리적 신생혈관이 형성된 모습. 이를 통해 VEGF 신호경로가 소멸백질병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혈관신생성장인자(VEGF) 발현이 증가하고, 병리적 신생혈관이 형성된 모습. 이를 통해 VEGF 신호경로가 소멸백질병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뇌발달 장애를 일으키는 ‘소멸백질병’의 질환동물 모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희귀질환의 기전이 규명된 만큼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철희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와 강훈철, 김세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희귀유전질환 및 뇌 발달장애인 ‘소멸백질병’의 질환의 동물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소멸백질병은 백질뇌증, 백질 형성장애(백질이영양증) 중 하나로, ‘EIF2B3’로 불리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중추신경백질이 서서히 파괴되는 병이다. 증상은 움직임 조절에 장애가 생기는 운동실조, 강직, 저긴장증, 경련 등이다.

출생 후 1년 이내의 영아에게 발생하면 두 살 이전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발병기전과 치료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먼저 유전체 분석과 제브라피시 및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해 소멸백질병의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동물모델을 이용해 ‘EIF2B3’ 유전자가 신경계 ‘미엘린’ 생성의 초기단계에 관여하고, 신경아교세포의 발생과 분화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엘린 구조는 뇌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미엘린 구조가 있어야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를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를 통해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의미의 미묘한 차이도 알아차리게 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EIF2B3’ 유전자 결핍 동물모델은 그렇지 않은 동물모델에 비해 신경계 미엘린 생성 결핍 증상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또 소멸백질병 동물모델에서 혈관신생성장인자(VEGF) 발현이 증가하고, 병리적 신생혈관이 형성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임상과 기초과학의 공동연구를 통해 병리기전을 밝히고, 치료표적까지 제시해 의미가 있다”며 "후보물질 선정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연구소재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인간분자유전학'에 최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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