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26 15:15
미국 미시시피 강 하구에 걸쳐 이뤄진 삼각주(三角洲)의 일부 모습이다. 물에 갇힌 땅의 경우에 한자 洲(주)가 등장한다. 물이 없는 곳, 땅의 행정 구역 등을 가리킬 때는 州(주)를 쓴다.

양주(楊州)라는 명칭은 서울과 지금의 양주시 일대를 가리키던 옛 지명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서울의 옛 이름에 이 양주라는 명칭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다. 한양(漢陽), 한성(漢城) 등과 함께 말이다.

처음 이 지명이 지금의 서울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등장한 때는 고려다. 한양이라는 이름이 처음 쓰이기 시작했던 시점은 통일신라 때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진흥왕 때 이곳은 북한산주(北漢山州)로 불렸다가, 경덕왕 때 다시 한양군(漢陽郡), 이어 고려가 들어선 직후에 양주로 고쳐졌다.

통일신라 이전의 서울 이름으로는 평양주(平壤州), 남평양주(南平壤州)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 지역이 당시의 정치적 중심을 차지한 적은 없다. 고려에 들어서면서 이곳이 비로소 주목을 받는데, 결국 조선의 건국과 그에 따른 도읍지로서의 선택이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서울은 한반도 역사의 중심 무대에 오른다. 조선의 서울 도읍에 따라 지금의 서울이 한양 또는 한성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전까지 지금의 서울 일대를 일컫던 양주라는 이름은 서울 동쪽의 현 양주시로 좁아졌다.

그렇다면 왜 지금 서울과 양주시 일대가 ‘양주’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자료를 찾아봐도 이에 대한 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곳 일대에 楊(양)이라는 글자가 가리키는 버드나무가 많이 자랐기 때문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다. 오류역에서 설명했듯이, 양류(楊柳)는 모두 버드나무로 풀 수 있으나 둘의 차이는 존재한다. 가지와 잎사귀 모양이 다르다. 이 점은 오류역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번 역에서 그 뒤의 글자 州(주)에 우선 주목하자. 이는 동양사회의 지명 중 대표적인 글자에 해당한다. 州(주)라는 글자는 우선 하천을 가리키는 川(천)이라는 글자 사이에 점 세 개를 찍은 모양이다. 川(천)은 글자 그대로 강과 하천 등 물의 흐름이고, 가운데 점 셋은 그 사이에 들어가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州(주)는 ‘강과 하천 등의 사람 사는 곳’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전설에 해당하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시기에 중국 전역을 구주(九州)로 나눴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화나 전설의 시기에 해당하기에 믿기는 어렵다. 중국 전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 때 중국 전역을 군(郡)과 현(縣)으로 나눈 군현제(郡縣制)가 등장했으나 州(주)라는 행정단위는 사용하지 않았다. 동한(東漢)에 이르러 州(주)는 가장 높은 행정단위로 처음 자리를 잡았다.

이후 州(주)는 간혹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줄곧 중요한 행정단위로 쓰인다. 때로 부(府)라는 단위가 州(주)를 대신하기도 하는데, 명(明)에 들어서는 州(주) 대신 府(부)가 쓰인 뒤 청(淸)에 들어서도 계속 쓰였다. 지금의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의 자치주(自治州)에서만 명칭이 보이고, 원래의 1급 행정단위로서의 의미는 성(省)으로 바뀌었다.

한반도에서는 신라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전역을 州(주)와 郡(군)으로 나눴고, 州(주)는 특히 군대와 관련 있는 행정명칭으로 통일신라시대까지 줄곧 쓰였다. 통일신라 때까지 최고의 행정단위였던 州(주)는 후삼국(後三國)의 분열시기를 거치면서 성격이 바뀐다. 권력을 쥔 왕조가 자신에게 호응하는 각 지역의 세력을 편입하면서 작은 지역에도 州(주)라는 명칭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많아졌으나 그에 걸맞은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王建) 때만 50개가 넘는 州(주)가 있었을 정도란다. 郡(군) 또는 縣(현)에도 미치지 못하는 邑(읍) 정도의 지역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버젓이 州(주)라는 명칭을 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난맥상은 조선에 들어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조선 태종(太宗)이 그 작업을 주도했다고 한다.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州(주)라는 명칭을 모두 山(산)이나 川(천)으로 바꾸는 개혁이었다. 충북의 괴주(槐州)를 괴산(槐山), 제주(堤州)를 제천(堤川), 경기의 인주(仁州)를 인천(仁川)으로 바꾼 뒤 군수(郡守)와 현령(縣令)을 파견해 다스리는 식이었다. 규모가 번듯한 원래의 州(주)에는 목사(牧使)와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를 파견했다고 한다. 이는 1895년 갑오개혁으로 13도(道)를 설치하면서 없어졌다.

우리 쓰임새에서 가끔 이 州(주)와 洲(주)를 혼동하는 사례가 있다. 앞의 州(주)는 땅 이름, 또는 일정하게 나뉜 행정구역 단위의 명칭이다. 뒤의 洲(주)는 물에 갇혀 있는 땅을 가리키는 글자다. 물론 지역의 일반 명칭에서도 쓸 수는 있으나 그 땅이 물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우선 삼각주(三角洲)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강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델타 지역에 만들어진 땅으로서, 역시 물에 갇혀 있기 때문에 洲(주)가 들어간다. 육대주(六大洲)라는 말도 흔히 쓴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6개 대륙을 뜻하는 말이다. 역시 각기 큰 바다에 둘러싸인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앞에 오대양(五大洋)을 붙이면 ‘오대양육대주(五大洋六大洲)’, 즉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일부 대륙 명칭은 아직 우리가 한자로 적고 부르는데, 가끔 이를 州(주)로 잘못 적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대륙은 아주(亞洲), 유럽 대륙은 구주(歐洲), 아메리카 대륙은 미주(美洲)다. 이 점 헛갈리지 말자. 바다는 큰물이고, 그 큰물에 둘러싸인 큰 땅은 반드시 洲(주)라고 적어야 한다는 점 잊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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