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27 11:45

우리 정치권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정치 용어가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했다. 바로 ‘연립정부’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연립정부는 제도적으로 없는 개념이다.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사실상 모든 내각 임명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연립정부는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생소한 것도 아니다. 과거 DJP(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연합은 대선을 앞두고 체결된 일종의 연립정부 형태였다. 물론 이 역시도 당선이 되는 순간 모든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도록 돼 있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쳐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결이 조금 다르다.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가세(家勢)는 기울어가고 있고,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 유승민 복당 후 대권 도전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써지고 있지만 무엇 하나 그럴듯한 동아줄로 보이지는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당의 존재 가치는 상승세다. 비단 안철수라는 대권주자 개인기에 의존하는 정당을 넘어서 호남의 맹주 정당이자 진보·보수의 완충제 역할을 하는 대안 정당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어쨌든 3당 구도에서 국민의당의 도움이 없이는 어느 당도 이렇다 할 정책적 업적을 쌓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발(發) 연립정부론은 일종의 ‘판 흔들기’ 카드다. 국민의당이 무조건 ‘야당’으로만 남을 것이라는 인식을 배제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 하는 전략인 것이다.

연립정부는 말 그대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연대해 정책적으로나 입법적으로 협조하고, 내각 일부에 대한 지분까지 확보해 준(準) 여당의 지위를 갖겠다는 선언이다.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를 확보한 더민주에게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중원을 차지해야만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외유는 긴장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립정부가 구성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들이 회의적인 인식을 내놓는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민의당 모두에서 연정을 현실화 시킬 힘이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연정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에 대한 지분을 국민의당과 나눌 의사가 없어보인다. 새누리당과도 국정에 있어 협조를 구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연정은 곧 자신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려는 접근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새누리당 내에서 연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면 박 대통령은 탈당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크고, 새누리당이 반으로 쪼개지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 비박계의 맹주인 김무성 전 대표가 이 같은 파국까지 감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당에서도 연정을 둘러싼 볼멘소리는 많다. 기본적으로 호남에 뿌리를 둔 국민의당에게는 여전히 더민주가 새누리당보다 정치적으로 친근하다. 이미 박지원 의원, 주승용 의원 등은 연정론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른바 ‘안철수계’와 ‘호남계’가 연정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정이 단순한 ‘헤프닝’ 정도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안철수 대표에게 ‘연정 후보’는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3파전으로 가게 되는 것보다, 차라리 여권 후보와 자웅을 겨룬 뒤 거기서 얻은 승세를 몰아 문재인 대표를 물리치겠다는 전략적 계산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대표가 앞으로도 연정 또는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시사하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의 새누리당과의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며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기문-안철수 경선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정은 꾸준히 정치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