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4.11 07:20

경기회복 기대감에 기준금리 조기 인상설 솔솔…이주열 총재 "아직은 언급할 때 아니다" 일축

(자료제공=한국은행, 픽사베이)
(자료제공=한국은행, 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인상시기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 확정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코로나19 위기가 현재도 진행형인 만큼 당분간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0.50%의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난해 3월 긴급회의를 열어 연 1.25%의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이후 5월에는 0.25%포인트 인하한 0.50%로 결정했다. 이후로는 내내 동결돼 기준금리는 11개월째 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 등으로 지난해 가계부채가 1년 만에 126조원이나 급증하고 자산가격도 상승하면서 금융불균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융불균형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성장세가 종전 전망치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직전 금통위인 지난 2월 25일에도 "현 상황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며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4차 유행'을 우려할 정도로 코로나 3차 재확산의 불을 끄지 못하고 있어 한은의 스탠스가 갑자기 변경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거리두기 지속으로 내수 회복이 힘들어진 만큼 4월 금통위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7일 발간한 '4월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라며 "수출과 투자 중심의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로 고용과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할 것"이라며 "국내 백신 보급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 있고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상향 조정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가 높은 점은 완화 기조를 유지시킬 주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안 연구원은 "한은은 5월 금통위에서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사전 예고할 것으로 보이나 이를 매파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작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출 경기 회복 등을 언급하겠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백신 공급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는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는 내수 회복의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금통위는 이전의 스탠스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의 3.0% 성장률을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향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올해 국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향 조정을 시사했다. 

IMF는 지난 6일 올해 우리나라가 3.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개월 전에 비해 0.5%포인트 상향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5%포인트 올린 3.3%로 제시했다. 이처럼 국내외 기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한은도 성장률 전망을 다소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인 2022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한국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가들이 당분간 완화적인 기조로 유지될 것"이라며 "이미 선진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들의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 혹은 제로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이 같은 금리 수준은 2021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2년 하반기부터 경제 펀더멘털이 정상화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도 비교적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는 국가에 속할 전망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4분기 인상(0.50%에서 0.75%)이 이뤄지고 2023년에는 연간 0.25%포인트씩 2회 인상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3년 연말 1.25%까지 올라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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