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4.10 17:00

누구나 쉽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어 인기…CJ제일제당 등 대기업도 참전

밀키트 제품으로 완성한 식탁. (사진제공=CJ제일제당)
밀키트 제품으로 완성한 식탁.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서울에서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오늘 '집밥'을 먹기로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은 꺼려지고, 배달음식은 이제 지겹다. 잦은 인스턴트 식품 섭취로 건강이 나빠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집에서 직접 끓인 찌개 생각이 간절하다. 평소 같으면 요리할 엄두도 못 냈을 A씨지만 최근 '밀키트' 제품을 접한 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장을 보거나 재료를 손질할 필요 없이 요리의 '손맛'만 즐길 수 있다. 간단히 볶거나 끓이기만 하면 돼서 완성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밀키트는 가정간편식(HMR)의 한 종류다.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 등으로 구성됐으며,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해 먹는 제품이다. 장보기, 재료 손질 등 번거로운 작업을 없애 10~15분 내에 조리가 끝난다. 굽거나, 끓이는 등 단순한 조리 작업만 하면 되기에 진입장벽이 낮다. 

밀키트는 보통 HMR 5세대 제품으로 분류된다. 통상적으로 1세대는 햇반·즉석 카레 등 즉석식품, 2세대는 냉동식품, 3세대는 컵밥·국·탕·반찬 등 가열조리 제품, 4세대는 유통업체 PB 및 맛집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의미한다.  

최근 밀키트는 식품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가 이를 방증한다.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이다. 약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던 2019년과 비교해 10배가량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돼 2024년엔 7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시장 흐름도 바뀌고 있다. 본래 국내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7년 프레시지·마이셰프·닥터키친 등 스타트업들이 개척했고, 주도해 왔다. 대표적으로 프레시지는 현재 국내 밀키트 시장 점유율 약 70%를 확보한 선도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도 뛰어들며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이미지.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CJ제일제당)

밀키트 시장 성장세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이 줄고 배달음식과 HMR 소비가 급증하면서 밀키트 소비도 늘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대다수 밀키트 브랜드의 매출, 판매량 등이 증가했다. 프레시지의 지난해 밀키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매출도 2019년 712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을 넘겼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hy(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도 코로나19 이전인 전년과 비교해 약 20% 올랐다. 

밀키트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밀키트는 다른 HMR 제품과 달리 직접 조리하는 과정이 있어 고객들이 더 정성스러운 한끼로 느끼는 것 같다.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집밥으로 생각한다. 1인 가구는 물론이고 다인 가구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밀키트의 장점이다. 준비 과정을 생략한 뒤 바로 요리할 수 있고, 조리법도 간단하다.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다. 요리를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요리 신인류'로 부각된 MZ세대가 올해 밀키트 시장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이 지난해 상반기 4700명을 대상으로 약 9만 건의 식단과 26만건의 조리 방법·메뉴를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MZ세대가 유일하게 지난해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횟수를 늘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MZ세대는 요리를 자신만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메뉴를 탐색하고 조리한 뒤 SNS에 후기를 공유하는 등 경험을 중시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외식에서 즐기던 맛을 직접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나 레스토랑 간편식(RMR) 등이 올해 MZ세대의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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