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4.14 15:42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 98% 해외 의존…전문가 "올해 3분기까지 수급차질 불가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모습(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모습(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잘나가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주춤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국내 전체 자동차 생산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4.9%, 37.8% 늘어나며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 2개월 간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자동차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30.4%에 달하는 증가세를 실현하며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가 전년 기준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상승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3월 들어 본격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성장 기조가 흔들렸다. 

지난 3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하며 올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달 한국지엠은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췄으며, 현대자동차·기아도 반도체 수급 현황에 따라 차량 생산 계획을 주 단위로 조정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달 국내 자동차산업 실적이 지난 3월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달 들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반도체 수급을 진행하던 현대자동차와 기아마저 결국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울산 1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간 아산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울산 1공장과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제품인 아이오닉 5와 내수 판매량 1위 차종인 그랜저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도 이달 내 국내 공장 주말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이번 달을 넘어 향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의 핵심이 되는 부품인 전장 시스템 제어를 수행하는 MCU(Micro Control Unit)의 수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본래 MCU의 생산 리드 타임(생산 계획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12주에서 16주가 소요되는데,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 폭주로 전 세계 MCU 생산량의 약 70% 정도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리드타임이 26주에서 최대 38까지 늘었다.

아울러 온도와 습도 등의 최적의 상태에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특징 상 최근 자연재해 등으로 멈춘 반도체 공장이 이전처럼 생산을 재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파에 휩싸였던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삼성전자·인피니언·텍사스 인스트루먼트반도차 공장, 화재가 난 일본 르네사스 공장,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를 맞은 대만 TSMC 공장 등이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MCU 등 주요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6일 열린 제14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대만 정부와의 협력 확대 등을 통해 반도체 수급애로를 타개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한편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 간담회를 열었으며, 오는 15일에도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반도체·전기차 관련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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