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27 15:55
열대에 있는 한 섬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치다. 바다에도 종류가 있다. 먼바다, 크고 넓으며 수심이 매우 깊은 바다를 가리키는 한자는 洋(양), 가까우며 비교적 수심이 얕은 바다는 海(해)다.

대부분의 지명처럼 덕계(德溪)라는 동네 이름과 역명 또한 합성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양주군의 돈계리(遯溪里), 천천면(泉川面), 고장리(高障里) 등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덕계라는 이름을 얻었고, 나중에는 역명으로도 자리 잡았다.

덕(德)은 우리가 자주 듣는 글자다. 도덕(道德)과 함께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도덕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머뭇거리기 일쑤다. 단어가 품는 뜻, 즉 함의(含意)가 아주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 글자를 두고 내리는 정의는 아주 다양하다.

그를 일일이 다 따지다가는 우리의 지하철 여행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도덕’을 간단하게 정의하고 넘어가자. 도(道)는 전체적인 가리킴, 즉 지향(指向)이자 틀이라고 보면 좋다. 진리와 진실에 이르는 길, 아울러 그를 겨누는 방향타에 해당한다.

덕(德)은 그에 비해 그 길로 나아가는 실천적 행위를 가리킨다. 진리와 진실로 나아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쌓고 터득하며, 아울러 실천하는 행위 전반을 지칭한다. 道(도)가 방향타이자 전체를 아우르는 틀이라면, 德(덕)은 그에 닿고자 하는 구체적 지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의 다음 차례 관심은 역명의 뒤 글자다. 시내, 시냇물을 일컫는 한자 溪(계)다. 땅 위를 일컫는 이른바 지표(地表)에 출현하는 물의 종류는 많다. 그러나 지하에서 지상으로 처음 물이 나오는 곳을 우리는 보통 泉(천)이라는 한자로 적는다. 냉천(冷天)이 있고, 온천(溫泉)이 있으며, 아울러 광천(鑛泉) 등이 있다. 우리는 한자로 그를 적기 전에 샘으로 불렀다. 작고 오목한 샘을 부르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옹달샘이다.

泉(천)에서 물이 흘러나와 조그만 흐름을 형성하는 곳이 대개는 산의 골짜기 등이다. 아주 폭이 좁은 형태에서, 제법 큰 너비를 보이는 물의 흐름을 지칭하는 한자가 바로 溪(계)다. 비슷한 개념으로 쓰는 한자가 澗(간), 溝(구), 曲(곡) 등이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형태의 물 흐름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이를 내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보다 큰 물 흐름을 우리는 江(강), 河(하), 水(수), 川(천)으로 적는다. 물 흐름의 시작은 보통 위에 적은 샘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를 원천(源泉)으로 부른다. 그러나 꼭 샘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물이 고여 있는 곳도 강이나 하천의 원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이 크게 고여 있는 곳을 가리키는 한자는 澤(택), 湖(호), 沼(소), 泊(박) 등이 있다. 대부분은 호수(湖水)와 습지를 가리키는 소택(沼澤)이다. 어디에선가 온 물이 고여 커다란 웅덩이를 형성하는데, 한편으로는 이들이 또한 강과 하천의 시발점을 이루기도 하니 역시 원천(源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의 가장 큰 물은 해양(海洋)이다. 우리는 보통 바다로 부르지만, 정의(定義)로서의 海(해)와 洋(양)은 다르다. 먼저 큰 바다를 일컫는 글자가 바로 洋(양), 그보다는 작은 바다가 海(해)다. 洋(양)은 오대양(五大洋)을 떠올리면 좋다. 태평양(太平洋), 대서양(大西洋), 인도양(印度洋), 북빙양(北氷洋), 남빙양(南氷洋)이다. 지구 전체를 통칭하는 오대양육대주(五大洋六大洲)의 그 오대양(五大洋)이다.

洋(양)은 큰 바다로서 스스로의 체계성을 지닌 바다다. 자체의 조류(潮流) 특성이 있으며, 일정한 밀물과 썰물의 조석(潮汐) 체계를 보인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며, 평균 수심은 3000~1만m 정도다.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89%를 차지하니, 이를 빼고서는 지구의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海(해)는 그에 비해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다. 따라서 육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수역(水域)이다. 전체 바다 면적의 11%를 차지하며, 수심은 평균 2000~3000m 정도다. 인접한 육지의 바람 등 기후 조건과 하천 유입 등의 영향을 받아 수온(水溫)과 물색 등에서 잦은 변화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아, 덕계에 조그맣게 흐를지 모를 시내에서 너무 멀리 나갔나 보다. 먼바다를 이야기하기에는 이 덕계라는 동네가 아주 아담하고 소박하다. 그래도 이 작은 시내가 없으면 먼바다의 큰물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사에 조그만 것을 하찮다고 여기면 곤란한 법이다. 커다람은 하찮고 시시해 보이는 것을 모두 아우르는 넉넉한 품에서 생긴다. 그 점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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