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4.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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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 14일 남양유업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해 한때 상한가에 가깝게 치솟았으나, 결국 급락해 전 거래일 대비 5.13% 내린 채 장을 마쳤다. 평소 남양유업은 유통 주식 수가 적고, 그마저도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아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종목이었으나 이날은 달랐다. 평소 수천주 정도였던 남양유업 주식 거래량이 20만주 수준까지 증가했다.

주가 급등의 원인은 코로나19였다. 전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의 바이러스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한 후부터 시장은 움직였다. 1년 넘게 코로나19에 시달린 대중은 간만에 들린 희소식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해당 제품 판매가 급증하며 일부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선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어진 급락은 실망에서 비롯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을 대상으로 해 얻었을 뿐,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실험 방식의 문제도 있다. 남양유업이 주장하는 저감 효과는 손소독제 실험처럼 균에 발효유를 직접 처리했을 때 얻은 결과다. 섭취했을 때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불가리스의 어떤 성분이 효과가 있고, 어느 정도 용량이 필요한 지 구체적인 설명도 빠져있었다. 

'셀프 연구' 논란도 제기됐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남양유업 산하기관이고, 발표를 진행한 박 소장도 남양유업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낸 현직 임원이기 때문이다.

실망감은 칼이 돼 남양유업을 겨눴다. 코로나19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대중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번 발표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 측은 억울하다고 했다. 그저 학술적 성과를 발표했을 뿐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왜곡돼 마치 인체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는 것이 남양유업 측 주장이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자체 연구 결과를 명확한 설명 없이 발표했고, 이로 인해 해프닝이 발생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대중의 코로나19 불안심리를 이용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일련의 사건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남양유업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도 실망스럽다. 다른 것도 아닌 코로나19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의 마수가 뻗친 지 1년이 넘었다. 현재까지 11만명이 넘는 국민이 코로나19를 앓았고, 1700여명이 숨졌다. 이전 같은 일상은 멈춘 지 오래다. 거리두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생사기로에 섰다. 희망으로 여겼던 백신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거세다. '발효유가 코로나19에 효과 있다더라'는 말 한마디에 들썩일 만큼 대한민국은 절박하다. 그만큼 코로나19는 무엇보다 무겁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주제다. 별생각 없이 가볍게 입에 담을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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