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4.19 13:55

현대차, 4만여대 예약 몰린 아이오닉 5 출시…보조금 소진 우려로 일부 고객 피해 우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악재가 거듭되며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어느 때보다 힘든 4월을 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오닉 5'와 'EV6'에 대한 보조금 공백 위기설에 휩싸였으며,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은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노사갈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19년 만에 또 다시 회생절차에 돌입했으며, 부품사 납품 거부로 공장이 멈추며 신차 판매를 통한 재무제표 개선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19일 출시된 '아이오닉 5', 보조금 혜택 못 받을 수도

현대자동차는 19일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본격 출시했다. 이틀 뒤인 21일부터 보조금 공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차량 인도 연기, 보조금 조기 소진 등으로 인해 아이오닉 5 구매 고객의 일부는 지자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 모터 생산 차질로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아이오닉 5의 목표 생산 대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며 일부 고객들은 차량을 보다 늦게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아이오닉 5의 사전 예약 건수는 4만여대에 달한다.

차량 인도가 늦어지면 보조금 신청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각 지자체 보조금이 계획보다 적을뿐더러 이미 많이 소진된 상태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 규모를 7만5000여대로 산정했지만 전국 지자체가 편성한 올해 예산은 4만5000여대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지급되기 때문에 환경부 계획보다 적은 물량만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자체 보조금 소진 속도도 매우 빠른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1분기에만 보조금 신청 건수가 올해 보조금 배정 물량의 80% 상당인 4053대를 기록했다. 그중 1100여대는 이미 등록을 마치고 보조금을 수령했다. 보조금을 받은 차량의 약 70%(741대)가 테슬라의 차량이다.

이에 아이오닉 5의 경우 전기차 구매 여부에 큰 영향을 주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오닉 5의 보조금 혜택은 서울시 기준 1200만원으로, 이는 아이오닉 5 차량 가격(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기준)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7월 출시 예정인 기아의 EV6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한국지엠, 실적 부진 속 멈추지 않는 노사갈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액은 796억원 가량이다. 르노삼성차의 본신인 르노그룹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생산 비용 절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노조는 사측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실시한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최근 밝힌 인천과 창원의 사업소 폐쇄 의지 등에 반발하며 잔업 및 특근 거부에 나섰다. 노조는 최근들어 부분파업의 일종인 '지명파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 17일에는 4시간 동안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한 달이 넘게 2020 임단협 협상 테이블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지엠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7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은 수익 창출의 원천인 차량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지엠은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지난 2월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췄다. 급기야 19일부터 결국 부평 2공장과 2공장의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되자 가동률을 낮추는 것만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왔다는 해석이다. 이에 한국지엠은 트레일 블레이저, 쉐보레 말리부 등 주요 차종에 대한 생산 차질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생산 차질과 더불어 노사갈등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한국지엠은 제주의 부품 공장과 창원의 물류 공장을 폐쇠하는 등 군살빼기에 돌입했지만,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GM)rk 오는 2025년까지 미래차 라인업을 30여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에 배정된 미래차는 한 대도 없어 미래 수익성 확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쌍용차, 재무구조 개선 급한데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멈춰 

쌍용차는 지난 15일 법원의 회생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본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고,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자 했다. 이 계획은 기존 투자자인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간의 의견차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무산됐다.

이후 쌍용차는 P플랜을 시행하려 했으나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신규 투자자의 투자 없인 금전적 지원이 불가하다는 태도를 취한데다, 잠재적 투자자였던 HAAH가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달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 이마저도 실패했다.

쌍용차는 결국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쌍용차는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완전 자본잠식 상황을 탈피해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노조가 직접 나서 신차 구매를 독려한 바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협력사 납품 거부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차는 이번 달 들어 평택공장을 단 5일 가동했다.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공장을 멈췄고, 생산을 재개할 틈도 없이 곧바로 협력사 납품거부에 따른 생산부품 조달 차질로 공장 문을 닫게 됐다. 쌍용차가 공시한 생산 재개 예정일자는 오는 26일이지만 이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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