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19 19:45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홍진화 교수

생리 기간이 아니거나 폐경인 여성이 난데없이 ‘질 출혈’을 한다면 무엇을 의심해야 할까. 이 같은 부정출혈은 원인도 다양하고, 결과도 대수롭지 않은 것에서부터 심각한 상태까지 천차만별이라 여성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중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질환이 자궁내막암이다.

자궁내막이란 수정된 태아가 착상하는 자궁의 영양 밭이다. 자궁 내벽에 만들어졌다가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으면 생리를 하면서 탈락돼 혈액과 함께 배출된다.

자궁내막암은 바로 이 자궁내막에 생긴 암이다. 문제는 이 자궁내막암이 증가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감소추세를 보이는 자궁경부암과 대조를 이룬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인구 10만 명당 726명이던 자궁내막암 환자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8년 3182명을 기록했다.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가운데 10위이며, 산부인과 영역에선 자궁경부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여성호르몬, 그중에서도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에스트로겐 노출기회와 기간이 길어지면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른 나이에 초경을 하거나, 반대로 폐경이 통상적으로 늦어지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더 많이, 오래 받게 돼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와는 달리 임신과 출산 과정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억제한다. 바로 이 기간에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식생활의 서구화다. 비만과 더불어 당뇨병,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자궁내막암 고위험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자궁내막암 발병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젊은 비만여성에서 자궁내막암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외에도 유방암 환자가 흔히 처방받는 타목시펜이라는 호르몬제을 장기 복용해도 자궁내막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암도 병기 초기일수록 치료 예후가 좋다. 다행히 지금도 전체 자궁내막암의 80% 정도는 1기에 진단된다. 1기에선 5년 생존율이 95%로 높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내막암을 구성하는 세포 유형에 따라 생존율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같은 1기라도 자궁내막양세포 유형은 예후가 좋지만, 장액성 혹은 투명세포 유형일 때는 재발률이 30~40%나 된다.

안타깝게도 전체 자궁내막암의 20% 정도는 3기 혹은 4기에 진단된다. 재발률도 높고, 예후가 불량하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자궁내막암의 표준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이때 림프절까지 절제한다. 림프절 절제 시에는 신경, 미세혈관, 요관 등 주변 구조물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복강경이 들어가는 구멍을 기존의 3~4개에서 1개로 줄였다. 이렇게 하면 출혈이나 통증도 줄이면서 회복도 빠르다.

자궁내막암의 초기증상으로는 부정출혈을 꼽는다. 가벼운 출혈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도 아닌데 출혈이 있거나 불규칙한 경우, 폐경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피가 비칠 때 유의해야 한다. 반드시 병원을 찾아 초음파검사와 자궁내막의 조직을 검사받아 암인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암으로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전암병변인 자궁내막증식증이 있어도 질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수술이 아닌 약물치료만으로도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증상이 없어도 최소 1년에 한 번 부인과에서 진찰과 초음파검사를 통해 자궁건강을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과 같은 효과적인 선별검사나 백신이 아직 없다. 초기증상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식생활습관을 바로 잡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자궁내막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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