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4.20 17:02

"용역 92건 중 83건 높은 점수 준 업체 낙찰…강제차등점수제로 가격담합 유도"

LH 건설사업관리 종심제 입찰 업체수 현황. (그래프제공=경실련)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을 영입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입찰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내부위원이 고점을 준 업체가 낙찰업체로 결정된 비중이 90%에 달한다"며 입찰 담합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LH의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 자료를 업계 제보자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정기관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분석 결과 LH가 발주한 용역 92건 중 83건이 LH 내부위원이 고점을 준 업체에게 낙찰됐다. 

이를 토대로 경실련은 "LH 내부위원이 낙찰 업체 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LH 내부위원이 평가에 여러 번 참여해 그 영향력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게 경실련의 해석이다. 

LH는 용역사업 중 20억원 이상 금액이 큰 사업에 대해서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적용한다.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이다. 이를 내외부 평가위원 7명이 업체별 점수를 산정한다.

그런데 LH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낙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90.2%(83건)에 달했다. LH 내부위원은 통상 7명 중 3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데 낙찰업체 선정에는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음이 추정되는 것이다. 특히 LH는 올해부터 내부위원을 7명 중 5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LH가 실시하고 있는 종심제가 정성적 평가 비중이 많아 로비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92건 중 85건은 종심제로 평가가 이뤄졌다. 종심제에서는 100점 만점 중 45점이 평가위원의 정성적 평가로 채워진다.

LH가 도입한 '강제차등점수제'도 가격담합을 유도하는 작용을 했다는 것이 경실련 주장이다. 

강제차등점수제란 입찰 경쟁에서 1·2위 업체가 정해지면 강제로 점수를 배분해 둘 간의 점수가 10% 차이가 나도록 만든다. 

경실련은 "강제차등점수제 내에서는 LH 내부위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어 LH 전관 회사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이들 용역 대부분이 소수의 업체만 응찰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LH 용역 92건 중 66건의 입찰에 단 2개 업체만 참여했고,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도 17건(19%)이었다. 

경실련은 "이는 무효입찰 회피 방책으로 보인다"며 "상위업체끼리 돌아가며 입찰에 참여해 수주받는 담합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 상 경쟁입찰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2개 업체가 참여해야 한다.

경실련은 "공정위와 검찰, 경찰은 LH 입찰담합 행태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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