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28 11:11

南 "임시공휴일 지정해 내수 살리자" vs 北 "조선노동당대회로 체제 결속 다지자"

같은 5월 6일, 북한에서는 제7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반면, 남한에서는 소비 진작과 내수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어린이날인 5월 5일부터 어버이날 5월 8일까지 나흘 황금연휴가 생겼다. 너무 급하게 발표해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대체적으로는 휴일을 반기는 분위기다. 연휴기간 동안 여행사 예약이 급증하고 유통업계는 다양한 소비촉진행사를 준비하는 등 내수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반면 같은 5월 6일 북한에서는 36년만의 노동당대회가 개최된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당시 열린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김정은의 직책 변경과 권력 서열의 변화 등이 주요 관심 이슈다. 핵 포기 또는 개발 유보라는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 번 핵 개발을 통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천명할 것인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은 오는 5월 6일을 맞이하는 자세가 판이하게 다르다. 한 쪽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쉬고 놀자’고 장려하는 한편 다른 한 쪽에서는 체제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독재 정권의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치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같은 현상 인식이 깔려 있다. 각각이 처한 현실에 대한 ‘위기 의식’이다. 

◆ 휴일에 인색했던 재계가 직접 나서 ‘임시공휴일’ 건의...“그만큼 어렵다”
임시공휴일을 건의한 주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즉 경제계 대표 단체 중 하나다. 본래 경제계는 휴일에 다소 인색했다. 공휴일 추가 지정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재계가 내놨던 입장은 “생산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의 총대를 맨 곳은 대한상의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고 내수가 침체돼있다는 위기감을 방증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은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3%로 메르스 이후의 성장률 -0.1%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국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전국 고속도로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폈다. 경제적 효과가 1조3000억원이 넘는다는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 나오기도 하는 등 임시공휴일 지정이 적어도 플러스효과는 있다는 것이 정부와 재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너무 급박하게 임시공휴일 지정을 발표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지정돼 기업이나 국민들이 나흘 연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울 여유조차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서둘러 지정해 발표하는 것은 그만큼 소비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높은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 36년 만에 여는 최대 정치쇼, 결국 김정은과 지도부의 불안심리 반영된 것
북한의 5월 6일에서도 위기 의식이 엿보인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대회는 북한 체제에서 가장 상징성이 높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치 행사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당과 수령, 군이 하나의 운명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당이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한다. 김정은이 이번 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라는 직책을 달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만큼 당 직책이 체제의 유일 영도자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 행사가 무려 36년만에 열리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1980년 10월에 열린 노동당 대회에서는 바로 김정일의 후계 체계를 확정해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따라서 5월 6일에 있을 제7차 노동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결속력 강화와 세력 과시를 위한 ‘정치쇼’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서둘러 노동당대회 개최를 결정했을까. 이는 그만큼 북한 지도부가 내부적인 동요와 경제적 위기, 체제의 와해 등으로 고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회 참석자들에게 양복과 내복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북한의 발표는 민심 달래기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5월 6일을 전후로 체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이 5월 6일을 맞이하는 방식은 각각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각각이 선택한 판이하게 다른 방법론이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높다. 가계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공휴일을 하루 추가로 지정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제기한다.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노동당대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흔들리는 체제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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