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4.28 17:10

지난해 한국 전자정부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9월 4일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한국 역대 전자정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해당 계약은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UNI-PASS)를 카메룬에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정부 예산이 72억 달러에 불과했던 카메룬 정부는 2억3000만 달러를 들여 유니패스를 사들였다.

유니패스란 한국 관세청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통관시스템의 영문 명칭이다. 관세청은 이미 지난 10여년간 유니패스를 에콰도르, 탄자니아 등 10개국에 수출, 총 3억3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이번 카메룬 수출로 유니패스는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유니패스의 본격적인 무대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전자통관시스템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2월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TFA)에 따라 WTO 회원국 간에 무역 절차 간소화와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선진 전자통관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서두르는 눈치다. 무역원활화 이행과 함께 국제통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 전자통관시스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만간 마주할 새로운 국면에 앞서 관세청은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을까? 현재 전자통관시스템 시장에서 유니패스의 위치는 어떠할까?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 속에서 유니패스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뉴스웍스’가 현재 관세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낙회 관세청장을 직접 만나 유니패스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유니패스란 무엇인가.

▲ 유니패스는 수출입되는 물품의 세관신고·세금납부 등 모든 통관절차를 전자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통관절차를 보다 쉽고 빠르게 처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국 관세청이 독자 개발한 것이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유니패스는 관세청과 검역소·식품의약품안전처 등 39개의 수출입 유관기관, 그리고 은행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계해준다. 유니패스를 기반으로 하면 요건확인신청 및 승인, 세금납부, 환급, 세금계산서 발급 등 통관절차에 포함된 모든 업무가 통합된 전자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처리 가능해진다. 이른바 싱글 윈도우 시스템(Single Window System; 통관단일창구시스템)이다.

- 그렇다면 유니패스의 실질적인 역할과 중요성은 무엇인가.

▲ 일단 크게 보면 유니패스는 국고(國庫)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관세청이 유니패스를 통해 징수하는 세금이 국가재정의 1/4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유니패스는 무역·물류 정보의 허브 기능을 한다. 앞서 말했지만 무역기관, 물류업체, 관세사 은행 등 43만여개 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며,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토교통부 등 169개 연계기관에도 무역·물류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유니패스를 도입하면 화물처리를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어, 물류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통관시간은 1.8일인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세계은행(WB)에서 매년 189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기업환경 평가서’ 통관행정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해왔다.

이렇게 관세청은 유니패스를 국내 통관시스템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등 성공적으로 유지해왔지만 그 뿐만은 아니었다. 유니패스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왔던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에 42만 달러 규모로 유니패스를 수출한 이후 10여년 동안 키르기스스탄, 도미니카, 몽골, 과테말라 등 9개국에 유니패스를 전파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카메룬과 수출액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돼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사상 최대금액 기록을 세웠다.

- 관세청은 10여년간 유니패스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단순히 외화수입이나 사업 수주를 통한 일자리 창출만을 노린 것 같진 않다. 그밖에 예상한 효과는 어떤 게 있나.

▲ 크게 세 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우리 관세행정을 국제표준으로 삼을 수 있다. 유니패스의 해외 수출은 단순한 시스템 수출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우리 관세행정의 노하우와 경험을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의 관세제도가 고스란히 담긴 유니패스의 해외수출을 통해 싱글윈도우, 위험관리, AEO(성실무역업체) 등 국제 관세행정의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내 기업 및 무역업체가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동일한 품질의 통관서비스를 받는다면 해외통관 분쟁 발생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 IT 기업의 해외진출도 뒷받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도국에 유니패스를 수출함으로써 선진적인 통관환경을 제공, 재정 수입 증대 등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 지난해에는 카메룬과 2억30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계약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우선 잘 알려진 것처럼 이번 카메룬과의 거래는 전자정부 사상 최대 규모의 전자통관시스템 수출 계약이었다. 당초 관세청은 2017년까지 2억불 추가 수출을 목표로 했는데, 지난 계약으로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사업은 3년에 걸쳐 카메룬에 유니패스를 구축, 이후 12년 동안 유상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장기사업이다. 달리 말해 이번 카메룬과의 거래는 사상 최초로 시스템 생애주기(Life-Cycle) 전반에 걸친 수출이었다.

이에 더해 카메룬 수출은 지난 2012년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탄자니아와의 거래 이후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와 맺은 계약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로써 아프리카 대륙의 동-서를 아우르는 거점수출국가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향후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주변국 확산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 전자통관시스템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수출은 민간 자금으로 먼저 투자하고, 장기간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 Public Partnership)이다. 자금 부족으로 전자통관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이 민간과 협력하여 구축 자금 조달하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한다.

- 에콰도로는 지난 2010년 유니패스를 수입, 이를 모델로 구축한 ‘에콰패스(ECUA-PASS)'로 2013년 세계관세기구(WCO) 기술혁신 대상을 받았다. 에콰패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 에콰도르는 지난 2013년 6월 우리나라의 유니패스를 모델로 하는 에콰패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에콰패스를 통해 에콰도르는 화물관리, 수출입통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위험관리(RM), 여행자 통관, 사후심사, 인터넷 통관포털, 싱글윈도 시스템 등을 구축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 전자통관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으로 국내 IT업체 성장지원 및 외화획득(3745만 불)등 효과를 창출하였고 유니패스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 기술혁신 대상을 받은 데에는 어떤 점이 주효했나.

▲ 에콰도르 관세청은 에콰패스를 구축함으로써 통관시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이로써 연간 320억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했다. 뿐만 아니라 에콰패스 도입은 세원 발굴 및 탈루세액 방지 등으로 이어져 연간 1600만 달러의 세수증대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11월 WCO로부터 기술혁신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 다른 측면에서 질문을 던져보겠다. 유니패스와 같은 전자통관시스템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수출하는 건 아니다. 현재 유니패스 수출에 있어 가장 큰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 물론 그렇다. 선진국에는 30년 이상 전자통관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많다. 싱가포르의 크림슨 로직(Crimson Logic), 영국의 크라운 에이전트(Crown Agent), 일본의 낙스(NACCS), 룩셈부르크의 인트라 소프트(Intrasoft) 등이 그렇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아시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무상원조를 통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전자통관시스템 낙스의 해외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앞으로 이들 기업과 맞설 만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니패스의 수출 계획이 궁금하다.

▲ 올해 내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 WTO 무역원활화 협정(TFA)에 따라 WTO 회원국내 무역 절차 간소화와 투명성 강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자통관시스템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관세청은 이미 유니패스를 수출한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카메룬과 중남미의 에콰도르,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거점으로 유니패스 확산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유니패스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개도국 세관직원의 초청연수, 국제회의, 관세청장 회의 등 세관협력을 위한 활발한 관세외교를 전개해나갈 것이다. 유니패스 수출의 우호적 환경 조성하는 등 유니패스 수출 확대 기반을 조성 통해 유니패스 수출을 위해 총력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약 500만 달러 규모의 싱글윈도우 시스템 수출 실무협상을 완료하고, 에티오피아 내부 승인 절차가 마무리 되는 대로 수출 계약 체결 예정이다. 또한 탄자니아와 싱글윈도우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지난 화물관리·통관 시스템 수출에 이어 추가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스리랑카, 니카라과등 4개국과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과 연계한 유니패스 수출을 추진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앞으로 3년간(2016~2018년) 10개국과 2억 달러 이상 규모의 유니패스 수출 협상이 성사될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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