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30 11:15

이필휴·정승호 세브란스 신경과 교수팀, 혈당강하제 복용그룹 뇌도파민 신경세포 소실 적고, 증상 발현도 낮아

이필휴 교수(왼쪽)과 정승호 교수.
이필휴 교수(왼쪽)과 정승호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일부 당뇨약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이필휴·정승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강하제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적었고, 추적관찰에서도 좋은 예후를 보였다고 30일 발표했다. 

교수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69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 558명을 A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병 동반 파킨슨병 환자 85명을 B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동반 파킨슨병 환자 54명을 C그룹으로 분류해 효과를 비교했다. 

교수팀은 또 이들에게 파킨슨병 진단 시 DPP-4 억제제 복용 여부에 따라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를 도파민 PET(양전자단층촬영) 영상으로도 비교했다.

장기간 관찰한 617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을 추적기간 동안 증상조절에 필요한 도파민 약제 증가량과 운동성 부작용의 발생 빈도를 비교했다.

C그룹이 B그룹뿐 아니라 A그룹보다도 도파민 운반체 밀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추적 관찰연구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군(C그룹)이 미복용군 및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군(A·B그룹)에 비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반영하는 지표인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 비교에서도 C그룹이 A, B그룹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적었다.

증상 발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그룹별 파킨슨병 진행과 관련한 운동합병증인 이상운동증 및 약효소진 증상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에서 C그룹(이상운동증 3.7%, 약효소진 5.6%)이 A그룹(이상운동증 22.2%, 약효소진 24.4%), B그룹(이상운동증 21.2%, 약효소진 24.7%)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던 것이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이상운동증은 도파민 보충 약제로 조절하기도 하지만 병의 진행을 완전히 바꾸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국내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2016년 9만6499명, 2018년 10만5882명, 2020년 11만131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구는 현재 환자들이 복용하는 다른 치료제에서 새로운 효과를 발견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제약계에선 약물 임상시험이나 사용 중 발견된 새로운 작용을 이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 사례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이필휴 교수는 “세계 의약계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DPP-4 억제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임상시험을 통해 파킨슨병에서 DPP-4 억제제의 신경보호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분야 학술지 '뇌'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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