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28 17:46
모습을 확 달리 해서 거듭 새 모습으로 바꾸는 일이 혁신, 개혁이다. 같은 흐름에서 사용하는 쇄신(刷新)은 겉을 깎아내거나 물감으로 칠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일이다. 물감을 칠하는 붓은 그런 쇄신의 한 도구다.

‘새롭다’는 새김의 한자가 新(신)이다. 한자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을 보면 왼쪽은 나무, 오른쪽은 도끼 등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 글자의 원래 뜻은 나무를 베는 일과 관련이 있다. 나중에 중국학자가 그 뜻을 이렇게 풀었다. “옷을 처음 만들 때는 初(초), 나무를 새로 벨 때는 新(신)으로 쓴다”고 말이다.

이 새로움은 늘 필요하다. 새 것과 헌 것, 우리는 그 둘을 때로 신진(新陳)이라고 적는다. 여기서 陳(진)은 시간이 오래 지난 것을 가리키는 글자다. 우선 ‘진부(陳腐)하다’를 떠올리면 좋다. 아무튼 그 新陳(신진)이 자리를 바꾸는 일이 대사(代謝)다. 번갈아(代) 사라지다(謝)는 엮음이다. 몸속에 새 것을 들이지 않아 헌 것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면 병이 생긴다. 신진대사(新陳代謝)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것을 늘 맞아들여야 몸의 순환, 사회의 운영, 국가의 발전에 두루 좋다. 그래서 새로움을 바라는 사람들의 지향(志向)은 뚜렷하다. 긁거나 씻어 없앤 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일이 쇄신(刷新)이다. 刷(쇄)는 칫솔 등 솔이 달려 무엇인가를 긁어 없애는 물건, 또는 그런 행위로 봐도 좋다. 게다가 ‘씻어내다’의 뜻도 갖췄다.

동물 몸에 있던 모피는 무두질을 거쳐야 가죽으로 태어난다. 새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온 한자가 ‘가죽’과 함께 ‘뜯어 고치다’는 새김을 지닌 한자 革(혁)이다. 동사로 쓸 경우 ‘확 바꾸다’는 뜻이다. 따라서 혁신(革新)이라고 적으면 원래 모습을 크게 바꾸는 행위다. 改革(개혁)도 그렇고, 권력의 주인을 무력 등으로 바꾸는 革命(혁명)도 마찬가지다.

更新(경신)도 마찬가지다. 그냥 머무는 것을 오래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새로움으로 그 자리를 바꿔줘야 한다. 기록의 更新(경신)이 그렇다. 창의적으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바꾸는 일은 創新(창신)이다. 맑아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경우는 淸新(청신)이다.

嶄新(참신) 또는 斬新(참신)은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다. 둘을 통용하는 게 요즘 분위기인데, 앞의 嶄新(참신)이 맞는 글자라고 본다. 嶄(참)은 우뚝 솟은 봉우리다.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아주’ ‘매우’ 등의 부사로 발전했다. 따라서 嶄新(참신)이라고 적으면 “매우 새로운” 무엇인가를 형용한다. 斬新(참신)의 앞 글자는 ‘베다’라는 뜻인데, 무엇인가를 잘랐을 때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푸는 사람도 있으나 설득력과 근거는 부족하다.

새로움은 좋다.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어도 사람에게 활력을, 사회에 생기를 북돋기 때문에 새로움을 늘 맞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그래야 한다는 뜻의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이라는 말도 나왔다. 나날이, 달마다 새로워지며 달라져야 한다는 중국 성어 ‘日新月異(일신월이)’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자식 빼놓고는 전부 다 바꿔야 한다”는 대기업 회장의 혁신에 관한 열정이 한 때 우리 사회에 유행했다. 그 때만 필요했던 혁신과 쇄신, 창신과 갱신이 아니다. ‘국가 개조’라는 말이 요즘 새삼 나오고 있으나, 사실 늘 필요했던 일이다. 우리가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은 고치는 게 마땅하다. 나머지 기르던 소마저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한자 풀이>

陳 (베풀 진, 묵을 진): 베풀다. 묵다. 늘어놓다. 늘어서다. 말하다. 많다. 조사하다. 펴다 9. 나라 이름 10. 왕조(王朝) 이름 11. 방비(防備).

刷 (인쇄할 쇄): 인쇄하다. 박다, 등사하다. 쓸다, 털다, 닦다. 솔질하다. 깨끗하게 하다. 가지런하게 하다. 정돈하다. 씻다, 없애버리다. 솔.

更 (다시 갱, 고칠 경): 다시. 더욱. 도리어, 반대로. 어찌. 고치다(경). 개선하다(경). 변경되다(경). 바뀌다. 갚다, 배상하다(경). 잇다, 계속하다.

嶄 (가파를 참): 가파르다. 뾰족하다. (산이) 높다. 파다. 뚫다. 험준하다. 높고 가파른 모양.

斬 (벨 참): 베다. 끊다. 끊기다. 재단하다. 다하다. 가장. 매우. 심히. 상복의 일종.

 

<중국어&성어>

创(創)新 chuàng xīn: 창신. 更新 gēng xīn: 경신. 刷新 shuā xīn: 쇄신.

新陈(陳)代谢(謝) xīn chén dài xiè: 신진대사.

标(標)新立异(異) biāo xīn lì yì: 새로움(新)과 다른 것(異)을 표방하며 세우는 일. 창의를 드러내는 일이다. 자주 쓰는 성어.

推陈(陳)出新 tuī chén chū xīn: 묵은 것(陳) 밀어내고(推) 새로운 것(新) 내놓는 일(出)이다.

履新 lǚ xīn: 원래는 새해를 맞는 일. 그러나 승진한 사람이 새 자리에 발을 딛는 일. 승진한 사람의 취임을 가리킨다.

日新月异(異) rì xīn yuè yì: 나날이, 그리고 달마다 새로워진다는 뜻. 자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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