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5.06 14:19

용인세브란스 김나영 교수·하버드의대 미첼 폭스 박사 찾아내…치료법 개발 가능성 제시

소뇌 중심의 뇌 연결망(A)과 우측 위측두엽 중심의 뇌 연결망(B)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C). 또 환각 유발 병변 중 대부분이 소뇌 및 우측 위측두엽이 중심이 된 뇌 연결망에 위치하고 있다.(D)
소뇌 중심의 뇌 연결망(A)과 우측 위측두엽 중심의 뇌 연결망(B)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C). 또 환각 유발 병변 중 대부분이 소뇌 및 우측 위측두엽이 중심이 된 뇌 연결망에 위치하고 있다.(D)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한·미 의료진이 환각을 유발하는 뇌의 영역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뇌 부위가 밝혀짐으로써 뇌 자극이나 바이오피드백 등과 접목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김나영 교수는 하버드의대 신경과 미첼 폭스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환각을 유발하는 뇌 병변과 관련된 뇌 신경망을 규명했다고 6일 발표했다.

환각은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감각을 느끼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시각이나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그간 환각 증상의 원인이 되는 뇌 영역에 대해선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환각증상은 치료가 쉽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팀은 뇌 손상 발생 후 환각을 경험한 1126건의 증례 중 뇌 손상과 환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89건의 증례를 찾아냈다. 그리고 정상인 1000명의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MRI) 자료와 융합해 감각영역과 상관없이 환각을 유발하는 뇌 병변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수집된 뇌 병변의 위치와 환각을 유발하는 병변 사이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 흥미롭게도 환각을 유발하는 병변은 시·청·후각 등 환각이 유발된 감각 특성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통적으로 소뇌 및 우측 위측두엽과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나영 교수는 해부학적으로 보이는 것이 실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추가 연구결과, 환각 유발병변은 해부학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뇌 영역인 듯 보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서로 연결된 특정 뇌 연결망 내에 존재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교수팀은 환각이 나타나는 각기 다른 감각영역에 따라 소뇌 및 우측 위측두엽 외에 추가적으로 다른 뇌 영역과 연결성을 보이는 것도 확인했다. 시각 환각을 유발하는 병변은 시각 처리의 중계소로 알려져 있는 외측 슬상핵과, 또 청각 환각을 유발하는 병변들은 소뇌의 치상핵과 강한 연결성을 보였다.

김 교수는 “환각이 발생하는 뇌 영역을 밝혀 뇌자극 치료나 바이오피드백 등 뇌 연결망 조절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근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의 국제저널인 ‘Molecular Psychiatry’(IF 12.384) 4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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