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5.06 23:00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1023 W/㎠ 세기 최초 달성

IBS연구원들이 페타와트 레이저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IBS)
IBS연구원들이 페타와트 레이저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이 레이저 세기의 신기록을 세웠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연구팀이 초강력 레이저를 1.1×1023 W/㎠ 세기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 

1023 W/㎠ 이상의 레이저 세기에서는 극도로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어, 양자전기동역학 이론이 예측하는 물리 현상을 직접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저의 '세기'는 출력을 얼마나 작은 공간에 집중시키는지를 의미하며, 각종 물리 현상 탐구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04년 미국 미시간 대학이 1022 W/㎠ 세기에 처음 도달한 이후 지금까지 1023 W/㎠에 다다른 연구진은 없었다. 유럽연합의 ELI 빔라인, 미국의 EP-OPAL, 중국의 SEL 등이 1023 W/㎠ 레이저를 목표로 건설 중이다.

강력한 레이저 세기의 구현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가능한 한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에 압축하여 순간적으로 최대의 에너지를 내야 한다. 

초강력 레이저가 펨토 초동안 지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빔의 증폭·전송 과정에서 공간적인 위상 왜곡이 발생해, 레이저 빔을 좁은 공간에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경 변형거울과 대구경 비축 포물면 거울을 새롭게 제작했다.

대구경 변형거울은 레이저 빔의 파면 왜곡을 높은 분해능으로 보정하는 데에, 대구경 비축 포물면 거울은 레이저 빔의 효율적 집속에 각각 사용된다. 

그 결과 4 페타와트 레이저 빔을 지름 1 마이크로미터의 초소형 공간에 모을 수 있었다. 

이전에 같은 레이저를 지름 1.5 마이크로미터 공간에 모은 데 비해 면적 대비 2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지구상에 존재한 적 없던 강력한 레이저는 초신성 폭발 등 우주에서 일어나는 천문현상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레이저 세기에 따라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양자전기동역학 이론은 강력한 전기장 하에서는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 쌍이 생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이러한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남창희 단장은 "연구를 통해 IBS의 초고출력 레이저 시설이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라며 "양자전기동역학에서 예측하는 비선형 콤프턴 산란과 브라이트-휠러 쌍생성, 또 복사압 이온 가속 공정과 같은 극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물리 현상들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옵티카'지에 6일 온라인 게재됐다.

남창희(왼쪽부터) 연구단장, 이성구 연구위원, 윤진우 연구위원, 김영규 학생연구원 (사진제공=IBS)
남창희(왼쪽부터) 연구단장, 이성구 연구위원, 윤진우 연구위원, 김영규 학생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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