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30 09:00
(왼쪽부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SBS방송화면 캡쳐>

내달 1~3일 사흘간 이란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총 236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대부분 산유국과 신흥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인구 8000만의 새로운 중동 시장이 열리는만큼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의 대(對) 이란 외교의 점수는 결코 나쁘지 않다. 지난 1962년 수교를 맺은 뒤 이란의 반미 노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꾸준히 정치·경제적 외교관계를 맺어왔으며 다행히 이란에서는 한국의 문화와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시기적으로 크게 늦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지난해부터 이란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민간의 발빠른 시장 진출과 교두보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일찌감치 이란 찾은 中 시진핑...석유화학은 물론 인프라에도 눈독
동북아 한·중·일 3국 중 가장 먼저 국가 정상으로 이란을 찾은 곳은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올해 1월 이란을 방문했으며 중국의 고위급 정치·경제사절단이 대거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입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은 이미 기존에도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002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이란을 방문한 바 있으며,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의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여왔다. 또한 중국의 화학업계가 직접 이란에 들어가 공동으로 석유화학산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규모만 160억달러(18조원) 규모다. 

게다가 중국은 대(對)이란 인프라 투자에도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시 주석 방문 후 지난 2월, 중국 동부 저장성을 출발한 고속열차가 14시간만에 이란 테헤란에 도착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이 추구하는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중·이란 철도 거리를 6시간으로 줄이고, 이란 내 철도 건설에도 투자하는 등 인프라 진출에 적극적이다. 

시 주석은 이란 방문을 통해 경제와 산업, 문화, 법률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17개의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바로 중국 기업인 이유이기도 하다. 

◆ 아베 8월 방문 예정, 물밑 접촉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8월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보다 국가 정상의 이란 방문은 늦지만 일본은 이미 민간 차원에서의 물밑 접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78년 후쿠다 다케오 당시 총리가 한 차례 이란을 방문하기도 한 일본이 이란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9월초다. 미국·유럽의 이란 제재 조치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일본은 실무자 수준의 교섭을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아베 총리는 이란 로하니 대통령을 미국 뉴욕에서 만나 이란 방문 의사를 직접 타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지난해 10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이란을 방문했으며 올해 2월 일본 내각 각료회의는 이란과의 투자 협정에 서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이란 알리 타예브니아 경제·재무장관이 직접 도쿄에서 만나 협정문에 서명을 했다. 

협정문에 따르면 일본은 이란에 진출하는 기업에게 총 100억달러(1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란 정부가 보증을 선다. 주로 발전소나 기반시설 건설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며, 일본 역시 현지 인프라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일본의 ‘지요다(千代田) 화공건설’은 이란에서 3조원 규모 공사를 수주한 바 있기도 하는 등 일본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발하다. 

이밖에도 유럽 국가들의 이란 진출도 지난해부터 이미 순조롭게 추진돼왔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미 이란을 찾아 양국간의 대대적인 경제 협력의 물꼬를 텄으며, 독일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폭스바겐·지멘스 등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 제재에 앞장선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직접 로하니 대통령에게 방문 의사를 타진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주요 경제 강국들이 앞다퉈 이란 시장 진출과 투자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국내 불황업종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거대 시장 중 하나”라며 “이번 이란 방문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민관 합동 차원의 이란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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