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5.25 19:00

윤여정, 브랜드 이미지 변화 '긍정 응답' 74%…유아인·김태리보다 높아

지그재그가 지난달 새 광고 모델로 배우 윤여정을 발탁했다. (사진제공=크로키닷컴)
지그재그가 지난달 새 광고 모델로 배우 윤여정을 발탁했다. (사진제공=크로키닷컴)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여성 온라인 패션 쇼핑몰 '지그재그'는 지난 4월 13일 배우 윤여정을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지그재그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패션 거래 플랫폼이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이 1947년생으로 올해 75세인 '시니어 모델'을 기용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시니어(Senior)는 노년층을 일컫는 말로 영어권에서는 65세 이상의 보통 사람을 의미하나, 패션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50세 이상의 모델을 시니어 모델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닥스, 헤지스 등을 운영하는 LF는 '시니어계 BTS'로 불리는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 리더 이정우와 협업해 화보 콘텐츠를 촬영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저씨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저씨즈 소속 모델인 8인과 바버, 시리즈, 라코스테 등 8개 브랜드를 1대1로 매칭한 뒤, 이들이 해당 브랜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온·오프라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리더스코스매틱이 80대 국민배우 강부자를 앞세워 신제품을 홍보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의 인기가 높아지며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알려진 1952년생 장명숙씨는 현재 81만명 구독자를 지닌 패션 관련 유튜버 '밀라논나'로 인기몰이 중이다. 밀라논나는 LF 등 브랜드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MBN의 시니어 모델 선발 예능 프로그램 '오래 살고 볼일-어쩌다 모델'에서 우승한 시니어 모델 윤영주도 모델이자 인플루언서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90세를 훌쩍 넘은 '뉴욕 패션계에 살아있는 전설' 아이리스 아펠과 옷 잘입는 '간지 할배'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60대의 닉 우스터 등이 이미 왕성한 활동 중이다. 지난해 공개된 해외 명품 브랜드 구찌 뷰티 립스틱의 시그니처 컬러인 '골디 레드 25' 홍보를 위한 캠페인에도 백발이 성성한 시니어 모델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6층에 설치된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 등신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6층에 설치된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 등신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시니어 모델 증가 추세는 평균 수명이 증가하며 건강하고 적극적인 노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과거 노인 세대가 갖고 있던 노쇠한 이미지가 사회활동이 충분히 가능한 건강한 이미지로 변화하며 활동적인 시니어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규모는 지난 2015년 67조9281억원에서 2020년 124조982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용과 건강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60대 이상의 소비자 상담을 분석한 결과 패션·미용 품목이 14.2% 증가했다. 건강 품목에서는 헬스장·휘트니스센터가 25.4% 증가했다.

미용과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노년층이 늘어나며 모델에 도전하는 시니어들도 속속 등장했다. 50세 이상의 시니어 모델을 선발하는 프로그램 '오래 살고 볼일-어쩌다 모델'에는 208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시니어 모델 인기에 동국대학교는 지난 3월 교내 미래융합교육원에 시니어 모델 교육과정을 새롭게 도입하기도 했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재미와 새로움을 쫓는 MZ세대의 트렌드도 시니어 모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은퇴 후에도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는 시니어들의 활발한 활동을 보며 노년층에 대한 노쇠함, 약함 등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깨졌다. 이와 함께 시니어들의 다양한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30대 모델의 전유물이라 볼 수 있던 패션이나 뷰티 분야 광고 마케팅에 시니어 모델을 등장시켜 MZ세대에게 새로움이나 색다름 등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며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음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밀라논나 인스타그램 캡처)
80만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는 지난해 뉴발란스와 함께 한 디지털 화보를 공개했다. (사진=밀라논나 인스타그램 캡처)

현재 약 468만뷰를 기록한 지그재그 광고 영상에서 배우 윤여정은 "옷 많이 산다고 뭐라 그러는 애들 있더라"라고 말하며 "됐어 얘, 남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사. 니들 마음대로 사세요"라며 일침을 가하고, MZ세대는 이에 환호한다. 해당 영상에는 댓글로 '신선하다', '학생들이 쓰는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었다', '힙하고 쿨하고 멋져보인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지그재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온 윤여정의 삶처럼 패션이든 인생이든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직접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델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그재그의 시니어 모델 기용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발표된 오픈서베이의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전국 15~3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배우 윤여정 모델을 통한 지그재그 앱 이미지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배우인 유아인을 기용한 무신사, 김태리를 앞세운 에이블리는 해당 질문에 각각 52%, 57%의 긍정 정도를 보였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캠페인 종료 전이라 정확한 결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4월 일간 사용자 수(DAU) 및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브랜드 캠페인을 활발하게 진행 중으로 남은 활동들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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