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2 11:03

김현철은 김무성, 김홍걸은 박지원 '맹공격'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른바 양김(兩金)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먼저 타계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두 정치적 거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한국 정치에서 막강하다. 정치판에서는 결코 해소할 수 없는 ‘계파 정치’의 정신적 지주로서 두 인물은 계속해서 회자된다. 

특히 양김을 누가 가장 정통성 있게 계승하느냐의 문제에 있어 정치인들은 결코 무심할 수가 없다. 단순히 이해관계만으로 계파는 결속시킬 수 없다. 정신과 영혼이 없으면 금세 무너지는 것이 계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계파의 수장 또는 대표를 자처하는 인물들에게 있어 양김은 탄탄한 기반이자 보호막이기도 하다. 

◆ ‘성분’별로 엇갈린 운명...실제 아들은 더민주로, 정치적 아들은 다른 당의 실권자로
양김의 후계자들이 그 성분별로 입장이 갈린다. 실제 아들로서 정치판에 뛰어든 두 인물은 더불어민주당과 한 배를 탄 반면, 정치적 후계자들은 다른 당에서 적잖은 지분을 쥔 채 대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한때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으며,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민주 후보 출마가 거론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손을 잡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 호남의 민심을 쓸어가는 정국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호남 기반 다지기에 동참한 것이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의 이른바 ‘비박계’ 맹주로 역할하고 있다. 4월 총선 패배 이후 숨 죽이고 있지만, 여전히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정치 권력 구도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힘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맞수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와 함께 제3당을 이끌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다시 원내교섭단체의 원내사령탑으로 올라서자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 양김 아들의 공통코드 '정치적 후계자 공격하기'
흥미로운 부분은 각 양김의 실제 아들과 정치적 아들간의 관계의 성격이 놀랍게도 일치한다는 점이다. 김현철 전 부소장은 김무성 대표를, 김홍걸 위원장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각자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현철 전 부소장은 공개적인 정치 행보는 아끼면서도 계속해서 김무성 전 대표를 맹비난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김 전 부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김무성 대표는 대선후보로서 완전히 끝났다”며 평가절하했다. 총선 전에는 “박근혜와 김무성의 이른 권력다툼의 썩은 냄새만 천지를 진동한다”고 비판했다. 

그보다 한달 전 2월에는 김무성 전 대표가 15대 총선 당시 공천 부패를 언급한 것에 대해 "아직 산소에 떼도 입히지 않았는데 정치적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버님의 무덤에 침을 뱉고 있다"며 정치적 아들로서 아버지를 욕되게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에는 “병문안이 오시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희호 여사로부터 대권 출마를 권유받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일 "얼마 전에 (박 의원이) 어머니가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종편에다가 얘기를 했는데 어머니께 여쭤 보니까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하시더라"며 박 원내대표가 어머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그에 앞서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국회의장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4선 의원이 삼권분립 모르나"라며 비판했고, 총선 전 3월에는 "원균처럼 행동하고 이순신 장군을 본받겠다면 누가 믿어주겠냐"며 박 원내대표를 ‘원균’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편 김무성 전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두 아들의 정치적 공격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박 원내대표는 오히려 ‘소이부답’이라며 “부덕의 소치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발언까지 했다. 

◆ 앞으로 계속될 적통 경쟁...내년 대권이 클라이막스
그렇다면 왜 이 같이 실제 아들이 정치적 후계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양새가 연출됐을까. 이유와 의도에 관계없이 어쨌든 고인이 된 더 정치 거물의 아들과 그 후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적통 경쟁’은 좀처럼 식을 분위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친박·비박의 연대체인 여권 세력과 친노·친문을 중심으로 한 야권 세력, 그리고 호남을 ‘독점’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삼국지가 당분간은 재편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전 대표 측에게 있어 내년 대선 정국에서 김현철·김홍걸 두 인물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YS의 정치적 후계자인 김무성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김현철 카드가,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른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김홍걸 카드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두 인물 역시 이번 4월 총선에 직접 등판하지 않았으므로 내년 대선이 정치권으로의 복귀 또는 데뷔를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도 양김의 두 아들은 정치적 후계자들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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