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5.02 16:39
당나라에 유학을 위해 도착한 일본의 유학생 그림이다. 신라에서도 당나라에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머물렀다.

우리나라에는 잘 생기고 똑똑한 아들이면 곧잘 유학 보내 바보 만들어서는 나라 말아먹게 만드는 풍습이 있다. 신라, 고려, 조선의 똑똑한 자제들은 당(唐)나라나 명(明)나라로 유학 가 되도 않는 불교니 유교 싸 짊어지고 와 나라 말아먹었다. 일본 강점기 때도 일본 유학 보내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일이니 공산당이니 하다가 나라 두 쪽 냈다. 해방 후의 나라는 미국 유학생이 지금 모양으로 만들었다. 민족 고유 풍습이다.

최근 경희대학교 교수 김종영은 <지배받는 지배자>라는 책을 냈다. 미국에서 열등했던 유학생이 한국에서는 지배 엘리트가 된다는 얘기가 핵심 줄거리다. 이들이 한국을 지배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지배받는 지배자’다.

한국에서 우등생이었다면 미국으로 유학 가서도 공부 잘했으리라 착각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은 영어가 완벽할 수 없다. 영어가 완벽하지 못하니 대부분 ‘열등생’이다. 학계란 현지인도 언감생심일 정도로 언어의 잔치집이다. 따라서 그곳에 유학 가 맥을 못 추는 유학생은 그저 ‘깍두기’일 뿐이다.

학계나 관직도 SKY출신 미국 유학파가 다수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자리는 물론 그들이 독차지한다. 때문에 학계는 더더욱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어서 곧 썩은 물로 변한다. 연구는 탁월하지도, 창의적이지도 못하다.

친정인 미국 대학이나 미국학계에 너무나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난한 한국 대학에서 연구하지만 마음은 항상 친정에 가있다. 시골 초가집에 부잣집이 갖췄을 물건 찾아야 나올 리도 없고, 부자 집 기준에 맞춰 제집 경영하니 연구나 진단이 현상에 맞을 수도 없다.

문제는 미국 유학 뿐 아니라 신라시대 당나라 유학부터 지금까지 양상은 한결같다는 데 있다. 한자, 인도어, 영어를 제대로 못하던 어학 실력 탓에 유학에서 돌아온 선생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그들은 선지자 같이 근엄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을 잘못 읽어 왔다!”고 외쳐왔다.

말대로 하자면 우리는 2000년 동안 공자와 부처를 잘못 읽어왔고, 1000년 동안 주자를 오해했으며, 100년 간 칸트나 다윈을 곡해했다는 얘기다. 이전의 유학은 죄다 허당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학파를 짜서 서로를 배척하며 국론을 분열한다. 오늘도 ‘그들만의 강독회’는 이어진다.

미국의 시대다. 실력 있는 학자도 많지만 미국 유학 출신만 팔린다. 미국 박사만 우대하는 풍토에서 시간강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박사, 중국이나 일본 유학 출신은 나라를 걱정하며 불만이 들끓는다.

하지만 다시 보라. 중국 유학은 1000년 이상 우리를 중국의 속국으로 만들었고, 일본 유학도 100년 간 일본 베끼기에만 열중했을 뿐이다. 만일 고려시대에 유럽 유학생이 있었다면 임용했겠나. 조선시대 일본 유학생은 어땠을까. 마찬가지다.

이제는 미국 유학 출신 차례인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 유학파는 관대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학계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썩은 물이지만, 그나마 미국 유학파가 지배하는 요즘은 학파가 다르다고 숙청하거나 귀양 보내지는 않는다.

나라 바깥에서의 배움은 본래 탓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장려해도 좋을 일이다. 그러나 제가 배운 곳의 가르침은 신성시하면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놓는 일이 문제다. 게다가 저와 다른 곳의 배움을 지나칠 정도로 배타하고 적대시하면서 제 잇속만을 차리는 태도가 문제다. 참 오랜 민족의 풍습이라 벗어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으나, 이로부터 탈각하지 못하면 제 스스로 옳게 일어서는 진정한 독립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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