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한류는 장르다
[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한류는 장르다
  • 오인규 고려대 교수(한류학센터장)
  • 승인 2016.05.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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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속 스틸 이미지. 비틀즈는 노래를 유행시켰다기보다 장르를 만들어 그를 전파했다. 한류의 지속적인 성공에도 그런 요인이 숨어있다.

한류에 관한 연재가 어느덧 8회다. 요즘 세간에서는 “한류가 끝났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한류의 원년을 2000년으로 잡아도, 벌써 1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강산이 한 번 반이 바뀐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류의 ‘수명’은 언제 다가올까.

한류는 장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류의 정의를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으리라. 왜냐하면 잘못된 한류의 정의는 한류의 수명을 점치는 데 엄청난 오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정의에 앞서, 우선 왜 비틀즈의 곡들이 50년이 넘도록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사랑을 받는가 한 번 물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틀즈, 그들의 곡은 과연 무엇이길래 그렇게도 지속적인 팬들을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 73살의 폴 메카트니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서울에서도 이틀간 잠실 올림픽 주경지장을 관객으로 가득 채운 사건은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다. 무엇이 그 비밀이란 말인가?

비틀즈의 성공은 장르의 창조라는 비밀과 연관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노래나 가수들은 바로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천재들인 것이다. 비틀즈는 현대 록과 발라드를 융합한 남성 4인조 밴드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틀즈의 곡은 메카트니의 음악과 존 레논의 음색이 융합했다. 전대미문의 백인 남성 밴드 장르를 창조한 것이다. 비틀즈 음악의 특징은 엘비스나 후기 하드록과는 달리 비트가 무겁거나 장황하지 않고, 오히려 브리티시 팝과 유사한 가벼운 비트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전통 발라드를 차용한 흥겹고 친숙한 멜로디를 네 명의 젊은 백인 남자들이 연주와 동시에 불러 준다는 특수한 통사론(syntax)과 의미론(semantics)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틀즈 롱런의 핵심적인 줄기에 해당한다.

비틀즈의 브리티시 록이 공허함과 무료함에 찌들어 있던 1960년대 초반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휘잡았다면, 2010년대의 한류는 문화혼종성에 상처받아 있던 아시아(중동 포함)와 남미의 젊은이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새로운 대중문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문화 혼종성은 21세기 지구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문화와 경제의 한 결과적인 현상이다. 재벌 기업이 과거의 재벌과는 사뭇 다르게 재편되어 있듯이, 그리고 우리의 영화나 패션이 1970년대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진화되어 있듯이, 우리는 문화 혼종이라는 엄청난 전 지구적 결과를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혼종성에 푹 빠진 상업적 문화 콘텐츠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 혼종성이 절대로 대중문화 콘텐츠의 성공 요인이 되지 못하면서 (즉, 대만 대중문화가 대만류로 거듭나지 못 한 이유와 같다), 문화 혼종성을 거부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졌다. 한류는 새로운 문화 장르이며, 여기에는 21세기 형 아시아 혹은 비주류 지역의 문화 전체 아이덴티티를 새로 제시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류에 나타나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드라마에서 스토리 라인은 친여성적이면 친서민적이다. 즉, 그러한 주인공들을 통해서 한국 여성, 동양 여성, 혹은 섭알턴(subaltern)으로 무시되는 피 종속적 여성들의 새로운 고통극복의 과정과 의지를 보여준다. 19금식 폭력과 선정으로 도배된 할리우드의 드라마와는 달리, 정적으로 가라 앉아 있지만, 결국 폭풍노도와도 같이 돌진해 나가는 “삼순이”와 같은 여성이 전 세계의 핍팍받는 섭알턴의 희망과 횃불이 된 것이다.

그리고 K-pop에서는 빠른 비트의 힙합톤에다가 멜로적인 가사를 접목시키면서, 속되게 보이지 않는 춤과 몸의 매력을 슬그머니 보여주는 프로듀싱의 기술이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창조해 낸 것이다. 즉, 한국식 ‘흥’을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교묘하게, 그리고 비틀즈에 버금가는 음악적 매력을 창조해 낸 것이다.

장르의 창조와 모방의 차이

장르를 창조해 내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 모차르트의 묘는 존재감이 없어도, 그 음악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은 이유가 바로 그 유명한 고전파 음악의 장르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선을 보이고 이어 그를 모방한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고전파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고 영원히 이어진다.

한류 드라마나 K-pop은 모방이 아니다. 한류는 어느 나라의 문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 콘텐츠이며, 이 것을 개발하는 데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인지하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다. 한류가 2000년에 뚝딱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얘기다.

만드는 데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던 장르가 쉽게 무너질 리는 만무하다. 왜냐하면 콘텐츠의 가치는 사용자들이나 배급자들이 그 부가가치를 더욱 더 많이, 그리고 더욱 더 오랫동안 창출해 내기 때문이다.

한류의 부가가치는 1차 생산자들이 알 수가 없다. 가령 쌀을 재배하던 농부들이 ‘스시’라는 새로운 일본의 음식을 통해 쌀을 전 세계인의 기호식품으로 거듭나게 해서 쌀의 부가가치를 더 높일 것이라고 언제 상상이나 하였을까?

한류의 미래적 부가가치는 우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야 하고, 그 작업은 먼저 우리가 맡아야 한다. 그 작업도 이루어지기 전에, 한류의 종언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언제 망할까 갑론을박하는 부질없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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