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3 09:19

이란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바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면담을 가졌다. 이란에서는 대통령보다 권력 서열에서 더 앞서는 최고지도자가 별도로 있어, 박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와 면담을 가진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테헤란의 최고지도자 집무실에서 30분간 단독 면담을 가졌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이란 방문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이란이 잘 협력하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란은 한국으로부터 진심으로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 역시 "이란 낙후지역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새마을 운동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화답했다. 

최고지도자는 선출직이자 종신직으로 하메네이는 지난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역임한 후 현재까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있다. 최고지도자는 군 통수권, 선전포고 권한을 갖고 있으며 헌법수호위원장·혁명수비대장·사법부수장·참모총장 등에 대한 임명권, 그리고 대통령 해임권까지 갖고 있는 사실상 절대 권력이나 다름 없다. 신정(神政) 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하메네이와의 면담은 곧 국가간의 관계 격상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날 기대를 모았던 북핵 문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과는 중동과 한반도에서의 비핵화 원칙에 합의를 모은 것과 달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핵 문제에 대해서 언급을 아꼈다.

다만 김일성과 면담을 했던 하메네이가 이번에는 한국의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이란의 한반도 정세 인식에 큰 변화가 왔다고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란의 반미 노선과 핵개발을 직접 주도했던 인물이며, 핵 포기와 개혁개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당사자라는 면에서도 한반도 핵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 국제 정치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