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7.03 00:05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푼탈리 동굴에서 발굴된 키 작은 코끼리의 골격. 키 2m 무게 1.7t으로 왜소하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오늘날 코끼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에만 산다. 

코끼리는 육지에 사는 동물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아시아코끼리는 키 3m, 몸무게 5.4톤까지 자라고, 아프리카 코끼리는 키 3.3m, 몸무게 6.3톤까지 자란다.

지금은 멸종됐지만 다양한 코끼리들이 전 지구를 활보했다.

이 중 유럽에는 키가 3.7m 무게 10톤에 달하는 곧은 엄니코끼리가 살았다. 섬에 갇히자 이들의 크기는 작아졌다. 시칠리아의 난쟁이 코끼리는 키가 2m 무게 1.7톤에 불과했다. 

이들의 크기가 얼마나 빨리 줄어들었는지가 밝혀졌다. 

시나 발레카 캐나다 맥마스터 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이 5만∼17만5000년 전에 살았던 시칠리아 코끼리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해독해 유럽 대륙의 거대 코끼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왜소화했는지 계산해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거대 코끼리가 키는 절반, 몸무게는 15%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40세대, 1300년 밖에 안 걸린 것이다. 

연구자들은 "코끼리의 크기는 세대마다 200㎏씩 줄어 40세대 안에 거대한 곧은 엄니 코끼리의 덩치가 15%로 줄면서 소형 코끼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키는 세대마다 4㎝씩 작아졌다.

연구자들은 "사람에 비유한다면 성인이 히말라야원숭이 크기로 줄어든 셈”이라고 밝혔다. 히말라야원숭이의 몸집은 길이 50㎝ 무게 6㎏ 정도에 불과하다. 

빙하기 때 시칠리아에 온 거대 코끼리는 간빙기 때 해수면이 상승해 섬에 고립되면서 7만∼20만년 전부터 소형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칠리아에는 2종류의 소형 코끼리가 출현했는데 가장 작은 종은 키 1m 무게 300㎏의 조랑말 크기였다. 이번에 분석한 작은 키 코끼리는 이보다 조금 더 큰 종이다.

작은 키 코끼리는 지중해의 여러 섬에 분포했지만 1만9000년 전에 모두 멸종했다.

이번 발견은 시칠리아 섬 푼탈리 동굴에서 19세기 말 발견된 멸종한 작은 키 코끼리의 두개골에서 처음으로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덥고 습한 지역의 유골에서 옛 DNA를 추출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로 알려졌다.

미르테 보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 박사는 "섬에서는 종종 진화의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거대 코끼리가 짧은 기간에 왜소한 코끼리로 변한 것은 그 중 눈에 띄는 사례"라고 논문에 밝혔다. 

거대 곧은 엄니 코끼리와 왜소한 작은 키 코끼리가 공통의 조상에서 분화해 따로 진화한 계통도 (그림제공=커런트 바이올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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