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5.03 18:07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형태의 자료다. 춤추는 무희와 그를 바라보는 선비들의 옷깃 묘사가 섬세하다. 옷차림 중 허리부분과 목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 '요령'이다.

뭔가를 잡아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요령 없다”는 말을 쓴다. 핵심, 중요한 무엇,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 등의 뜻을 지닌 단어가 요령(要領)이다. 그런 요령 없다고 여겨지면 당장 날아오는 게 핀잔이다. “요령부득이네…”라는 끌탕과 함께 말이다.

글자의 새김으로 보면 얼핏 이해는 간다. ‘중요하다’는 의미의 要(요), ‘옷깃’을 가리키는 領(령)과 함께 붙어 있으니 ‘중요한 옷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문도 살짝 든다. 要(요)가 왜 ‘중요하다’는 새김을 얻었으며, 조금은 생뚱맞은 ‘옷깃’이 왜 그 뒤에 붙었을까라는 궁금함이다.

이럴 때는 찾아 움직이는 게 정답이다. 자료를 뒤적이면서 글자가 남긴 여러 흔적들을 수색해야 옳다. 要(요)라는 글자의 당초 새김은 ‘허리’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쓰는 ‘허리’라는 뜻의 腰(요)와 같다. 아니, 뒤의 글자 나오기 훨씬 전에 앞의 글자가 ‘허리’라는 이름으로 오래 행세했다.

초기 한자에 해당하는 갑골문 등의 풀이에 따르면 그렇다. 아울러 고대 중국 문헌에도 이 글자는 ‘허리’라는 새김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갑골문에서는 이 글자가 허리에 손을 얹은 사람의 모습으로 나온다. 다음 글자 領(령)은 ‘옷깃’ ‘거느리다’라는 새김이 우선인데, 신체부위의 하나인 ‘목’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살피면 要領(요령)은 사람이 목숨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허리와 목을 일컫는 셈이다. 실제 기록에도 나온다. 고대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는 “허리와 목을 보전하다(全要領)”는 표현이 나온다. 그를 풀어놓은 주석은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은 허리를 자르고, 그보다 가벼운 죄질의 사람은 목을 벤다”고 했다.

허리를 자르는 형벌은 腰斬(요참), 목을 베는 일은 斬首(참수)다. 요즘 IS라는 이슬람 국가 단체가 서방의 인질들을 잡아 참수라는 고약한 옛 형벌을 집행한 뒤 동영상으로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공포유발을 위한 제스처다. 그러나 고대의 형벌에서는 참수보다 요참이 더 지독했다. 형벌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장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고통이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두 끔찍한 얘기다. 그러나 어쩌랴. 要領(요령)이라는 말속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모질고 그악했던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要(요)라는 글자는 그래서 ‘중요하다’의 새김을 확실히 얻은 모양이다. 우선 重要(중요)라는 단어 자체가 그렇고, 緊要(긴요), 要綱(요강), 要因(요인), 要人(요인), 要員(요원), 要衝(요충) 등의 단어로 줄줄 이어지고 있으니 그렇다.

요령을 얻지 못하면 요령부득(要領不得)이다.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 뻔히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혀 일의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할 때, 아니면 깜냥 자체가 모자라 일의 앞과 뒤를 잘 가리지 못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운 과제는 아주 많다. 정치적인 사안부터 경제적인 현안, 사회 일반적인 문제 등 해결할 게 부지기수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가리자. 그래서 요령부터 제대로 잡자. 핵심을 놓치면 일은 바로 꼬이게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현안의 '허리'와 '목'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면서 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자 풀이>

要 (요긴할 요): 요긴하다, 중요하다. 요약하다. 모으다, 합치다. 원하다, 바라다, 요구하다. 맞히다, 적중하다. 바루다. 얻다, 취득하다.

領 (거느릴 령, 거느릴 영): 거느리다. 다스리다. 받다. 통솔하다. 깨닫다. 알아차리다. 차지하다. 소유하다. 목. 요소. 요점. 중요한 부분. 옷 한 벌.

 

<중국어&성어>

不得要领(領) bù dé yào lǐng: 요령부득.

茫然不解 máng rán bù jiě: 멍하니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모습. 요령부득과 비슷한 새김의 성어다.

一目了然 yi mu liao ran: 한 눈에 사물이나 현상에 담긴 이치 등을 깨닫는 사람, 행동이다. 우리식으로는 一目瞭然(일목요연)이라고 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