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5 09:00

변화하는 中 수입구조에 적응해야

한국의 수출 부진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2014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해, 2008년 4분기 당시 -4.3%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불황을 극복하지 못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에 0.4%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 부진이 앞으로도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주요 수출처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유가 및 원자재가 하락으로 중동·중남미·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어 우리 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 기조가 당분간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신흥국 사정이 우리 수출 회복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략 선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고, 특히 중국의 내수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재 판매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 수출 부진의 최대 요인은 ‘신흥국 경기침체’...저유가 등으로 당분간은 계속될 것
국내 기업의 수출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바로 신흥국의 경기 침체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과 러시아, CIS 지역으로의 수출이 모두 빠르게 감소했다. 

대신흥국 수출 감소 현황 <자료=LG경제연구원>

중남미 지역의 경우 지난해 14.5% 수출이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했다고 LG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CIS 지역의 수출 증가율은 -49.9%를 기록,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산유국인 OPEC 회원국은 30%대 마이너스 성장률을, 중국은 두자리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나 제품 수요도 하락 등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신흥국 지역으로의 수출 총액이 약 328억달러 줄었는데, 이는 전체 시장크기가 528억달러 떨어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105억달러 늘어 일정 부문 만회한 결과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노력만으로 신흥국 수출을 확대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유가, 원재자가격 하락 등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특히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수요가 더욱 줄어들어 신흥국의 경기침체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이 LG경제연구원의 진단이다. 

◆ 중국의 급변하는 수입 구조...이에 반해 경직적인 우리 수출전략
LG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발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국민들의 소득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유연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 양상 <자료=LG경제연구원>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수입재 중 부품이나 반제품 형태의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던 반면 소비재 비중은 10%대 였다.

반면 최근 2013~2015년 중간재 비중은 절반수준인 53%까지 떨어졌으며 식품·화장품 등 소비재 수입은 20%까지 올라간 것으로 집계된다. 또한 중국의 가공무역이 2000년 48.5%에서 2014년 32%로 떨어진 점도 중국의 산업 구조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한편 국내 기업의 대중 수출의 경직도가 높다고 LG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부품 및 반제품 형태의 수출 비중이 80%를 넘는 반면, 소비재 비중은 10%대 초반에 불과해 중국의 변화하는 제품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들의 중국으로의 소비재 수출 비중이 2000년대 초반 17.9%에서 최근 27.8%까지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선진국과 한국의 대중 수출 구조 비교 <자료=LG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 말미에서 “최근 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출단가가 회복되고 무선통신기기 신제품 출시 효과로 3월 수출 감소세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지역에 대한 수출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더욱이 세계경기도 하향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신흥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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