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4 14:37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됨에 따라 미국 대선의 본선은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양자 대결 구도로 굳혀졌다. 당초 양자대결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10% 넘게 뒤쳐졌지만 최근에는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도 나와,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또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고립주의적 성향의 외교 정책을 시사하고 있어 동북아에서의 한미동맹의 영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역 정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와 클린턴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 기조의 강화를 내걸고 있어, 한·미FTA에 대한 재검토도 가능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시각이 나오고 있다. 

◆ 누가 되든 '보호무역' 강화는 불가피...한미FTA도 흔들릴 가능성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해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불공정 무역’에 대한 불만을 의식한 결과로, 특히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하게 주장한 버니 샌더스와의 경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내건 입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지금보다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의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최근에는 TPP는 물론 기존의 자유무역협정들도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강하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멕시코 등 주요 무역대상국을 상대로 최고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TPP의 전면 폐기는 물론 한·미FTA에 대해서도 “완벽하고 총체적인 재앙”이라고 언급해 전면 재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이나 일본 등과의 ‘환율 전쟁’도 대대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 경제를 ‘강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은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환율을 조작해 무역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보복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發 세계경제 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 대(對)한반도 정책은 뚜렷한 입장차...트럼프 당선 시 한미동맹 존립 위기
한편 한반도와 관련한 대외 정책에 있어 트럼프와 클린턴은 뚜렷한 입장차를 보여주고 있다. 

킅린턴은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반도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한미동맹과 핵우산 제공, 전략적 인내에 기초한 대북 정책에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클린턴은 대표적인 ‘친한파’ 미국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초대 국무부장관으로 취임한 후 클린턴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 그 후로도 네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은 클린턴의 한국관(觀)을 보여준다. 

반면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그의 대외 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 또는 ‘고립주의(Isolationism)’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이 재정적·군사적 부담을 들여가며 동맹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트럼프가 가장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부담 규모다. 트럼프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설에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고려했을 때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 시 한국의 핵무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물론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의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연대해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시 야기될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지금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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