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7.30 21:40

올 상반기 3대 백화점 매출 40~61% 늘어…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 가을겨울 시즌 '골프 캡슐 컬렉션' 추가

인스타그램에 골린이를 검색하면 45만7000여개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 2년차 직장인인 28세 A씨는 요즘 골프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부터 골프를 시작한 A씨는 가족과 함께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라운딩을 마친 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며 SNS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A씨처럼 골프에 입문하는 '골린이(골프+어린이)'가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운 가운데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며 즐길 수 있는 야외 활동인 골프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전년 대비 약 46만명 늘어난 51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MZ세대 비중은 22%인 최대 115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NS 인스타그램에서 골프를 시작한 입문자를 뜻하는 골린이가 적힌 게시물은 30일 기준 45만7000여개를 찾아볼 수 있다. 또 '골프'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578만여개, '골프웨어'에 대한 게시물도 80만4000여개로 골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MZ세대가 여윳돈으로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4050세대 전유물이던 골프산업에 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골린이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멀리 가지 않아도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장이 증가하고, 모바일 골프장 예약 서비스 '카카오골프예약', 라운딩 조인 앱 '볼메이트' 등이 생겨나면서 골프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 카카오골프예약을 운영하는 카카오VX는 최근 5600억원이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벨벳제1호 유한회사'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골프 인기 확산에 국내 방송사에서도 앞다퉈 골프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TV조선 '골프왕', MBN '그랜파', SBS '편먹고 공치리' 등이다. 

골퍼가 몰리다보니 골프장은 '배짱장사'에 나서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중골프장 그린피는 주중 19%, 토요일 15% 상승했다. 값을 올렸는데도 부킹난은 여전하다. 

다만 골퍼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 필드에서 골프를 치는 부담이 만만치않아 등산과 같은 대중적 운동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대중제 골프장이라도 그린피는 주말 기준 20만~30만원에 달한다. 캐디피와 카트 대여료, 식사비 등을 합치면 라운딩 한 번에 50만원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 

오상엽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면서 해외 여행 금지가 풀린다면 국내에 머물러야했던 골퍼들이 다시 외국 골프장으로 나가면서 국내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야외 골프장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한 스크린골프의 경우 업종 특성상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캡처)
서울 강남구 소재의 사우스케이프 플래그십스토어 (사진=사우스케이프 홈페이지 캡처)

골프에 MZ세대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골프 칠 때 입는 골프웨어 시장 또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로 인해 기능은 물론 다양한 색상, 화려한 패턴 등 패션성을 지닌 의류가 출시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5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의류 시장 규모는 5조1250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성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패션·유통업계는 골린이를 잡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올해 골프 브랜드 매장 견적을 기존보다 30% 늘리고 '지포어', '어메이징크리'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61%, 신세계백화점은 57%나 골프웨어 매출이 상승했다.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 6월 골프웨어 기획전을 실시했다. 기획전 동안 골프웨어 매출은 기회전 전 2주간과 비교해 매출액이 710%가량 폭증하며 인기를 보였다. 특히 구매자 중 25-44세 비중은 40%에 달했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50억원 상금을 돌파한 장한나 선수를 후원하며 브랜드 PGA TOUR & LPGA 골프웨어 홍보에 나섰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6월 골프 붐 영향을 타고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5.2% 상승했다고 밝혔다. PGA TOUR & LPGA의 골프웨어는 깔끔한 디자인과 여름 안성맞춤 쿨링의 기능성을 갖춘 '아이스윙' 라인을 출시하며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구호의 가을겨울 시즌 '골프 캡슐 컬렉션'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골프웨어로 분야를 확대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골프웨어는 골프를 칠 수 있는 소비력을 지닌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유명 골프 브랜드의 상의, 하의, 양말, 모자 등을 모두 장만하면 1백만원 안팎이 들어갈 수 있다. 다른 옷에 비해 고가의 제품을 팔아 매출을 올릴 수 있으므로 패션 기업에서는 골프웨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국내 패션 기업인 한섬의 창업자인 정재봉 회장은 지난해 골프의류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를 오픈하고 MZ세대를 공략 중이다. 사우스케이프의 남성, 여성용 티셔츠는 20~30만원대이고 바지, 치마 등 하의는 30~40만원대이다.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매출 496억원을 달성하며 성장 중이다.

사우스케이프는 마음에 드는 옷을 주문해 집에서 편하게 입어보고 결정하는 '홈피팅'을 운영 중이다. 배송 온 상품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품이 가능하다. 또한 젊은 층이 자주 방문하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에 매장,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된 4층짜리 감각적인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구호는 가을겨울 시즌 골프웨어 라인을 새롭게 추가하고 컬렉션을 선보인다. 구호는 모던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더하면서 여유로운 실루엣, 절제된 디테일로 활동성을 강조하고 퍼포먼스를 돋보이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골프웨어인 '골프 캡슐 컬렉션'을 기획했다.  

임옥영 구호 팀장은 "최근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구호의 정체성을 담은 골프웨어에 대한 니즈가 더욱 높아졌다"며 "구호 고유의 모던함에 기능성을 더한 이번 골프 캡슐 컬렉션이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룩을 찾는 여성 골퍼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엽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2030 세대가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였으며, 젊은 층의 골프 참여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유통업계는 당분간 골프 시장의 성장과 2030 세대의 골프 참여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도 더욱 차별화된 상품 제안과 신진 브랜드 발굴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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