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의 덕후철학] 도올 김용옥이 간과한 중국
[이호영의 덕후철학] 도올 김용옥이 간과한 중국
  • 이호영 철학박사(런던대)
  • 승인 2016.05.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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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인기 프로그램 '차이나는 도올'의 알림판 모습. 도올이 주장하는 '관용의 중국'은 따져볼 대목이 많은 개념이다. 중국은 역사 이래 그런 관용을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는 문명체다.

우리가 수천 년간 몸 부비며 마주하던 문명이 차이나다. TV 철학 강의 ‘차이나는 도올’이 말하는 곳이 바로 거기다. 마주보고 바라보던 대륙이었던 만큼 애증도 크다. 문자, 문명과 학문, 지배와 피지배, 영욕으로 얼룩진 역사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상흔(傷痕)은 유교일 것이다.

도올은 차이나의 고대 선진(先秦) 사상인 공자와 맹자에서 유럽문명을 뛰어넘는 리니언트(관용)를 기대한다고 한다. 오래 같이 지내온 날들의 흔적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도올에 동의하고 중국 시장 개방에 희망을 걸며 투자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전혀 아니다.

유교란 선진시대 공구(孔丘)라는 사람으로 시작된 종교, 학술체계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전쟁과 반란이 끊이지 않았던 야만과 폭력, 그리고 무질서의 세계였다. 공자는 이런 야만과 폭력을 이전 왕조가 이룩했던 문명과 문화로 질서를 회복하고 싶어했다.

공자가 흠모해 마지않았던 주(周)나라는 노예제, 봉건제, 귀족제도를 국가 기강으로 삼았다. 때문에 공자도 노예제와 귀족제도를 지지하는 회고적이며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공자가 강조한 주나라 정신은 예(禮)였다. 예란 도시를 건설하거나 기물을 만들 때 또는 일의 순서나 기준을 의미한다. 현대어로 바꾸자면 미터법이다. 그 뿐 아니라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처신이기도 하였다. 다스림에도 귀족에겐 예를, 백성(民)에겐 형벌(刑罰)을 적용했다.

유교는 한(漢)나라 이래로 수천 년간 차이나를 지배하는 이념으로 자리 잡는다. 야만과 폭력을 극복하고 문명을 회복하는 일이 바로 국가와 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공자는 백성에게도 형벌이 아닌 예를 가르쳐야 한다는 인간주의적 견해를 드러냈다. 도올이 말하는 선진의 리니언트가 바로 이것이다.

공자로부터 2500년, 유교 경전 가득 예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예로 다스리라는 공자의 이념은 실제로 옮겨진 적이 없다. 백성이 가장 중하다면서도 자신을 목자(牧者)로 자처한다. 목자란 소나 개돼지를 돌보는 사람이다. 따라서 백성은 개돼지라는 말이다. 문명과 문화적인 처신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백성에 대해서는 형벌, 다른 말로 폭력과 야만을 사용했다.

입은 중(中)과 화(華)를 노래하지만 사회는 가혹하면서도 무거운 형벌로 이어갔을 뿐이다. 유교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현대 싱가포르에는 아직도 매를 때리는 벌이 있다. 학교에서도 가르침을 핑계로 매를 든다. 매를 든다고 아이들이 교화되지 않는다.

우리가 IS에게 치를 떠는 건 야만성 때문이다. 이들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를 비롯해 차이나에서 벌어지는 형벌도 다를 바 없는 야만이다. 단지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모를 뿐이다. 사람들은 흉악범에 대한 강력한 형벌을 요구한다. 하지만 강력한 형벌은 보복일 뿐 범죄자를 진정으로 뉘우치게 할 수는 없다. 형벌의 목표가 보복이라면 사회 역시 또 다른 폭력집단이다.

차이나 사람들이 미개하다고 비난하던 서양은 공개적으로 목을 자르던 형벌제도를 금하고 공평한 재판과 교도소 제도를 통한 교화를 도입했다. 민주주의 역시 그렇다. 백성이 중하다고 소리만 높이던 차이나가 아니라 서양이 이룩했다. 백성에 대한 예를 실천한 곳은 정작 위대한 차이나가 아니라 유럽이었다.

도올의 말은 이래서 틀렸다. 수천 년 전에 누가 얼마나 위대한 생각을 했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리 역사가 짧더라도 이념을 실천할 용기가 더 위대하다. 애석하게도 2000년 동안 차이나는 용기를 실천하지 않고 야만과 폭력으로 세상을 유지했다. 야만과 폭력으로는 문명을 회복할 수 없다. 때문에 ‘차이나는 도올’이 말하는 선진의 이념은 바랄 것 없는 공염불이었다. 차이나는 희망을 갖기 힘든 불관용의 대륙이다. 우리와 맞물린 2000년이 그랬다. 다시 올 2000년 역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야만이라 차이나는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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