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중동에서의 한류
[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중동에서의 한류
  • 오인규 고려대 교수(한류학센터장)
  • 승인 2016.05.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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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제작 '대조영'의 알림판. 이 드라마는 한류붐을 타고 이란 등 중동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한류에 이어, 이제는 중동에서의 한류를 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중동은 대한민국의 역사상 커다란 기회와 부를 안겨다 준 지역이다. 1974년부터 불기 시작한 중동 건설 붐은 베트남 패망 이후 침체했던 대한민국의 건설경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 커다란 역사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중동까지 원거리 플랜트 수출이나 천문학적인 토목공사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건설사가 당당히 진입하는 최초의 단초를 제공한 지역이었다.

중동은 전 세계의 호재

1970년대 중반까지 이슬람 문화와 테러리즘으로 얼룩진 중동의 이미지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 친목을 다져왔다. 각종 교과서는 “이스라엘을 배우자”고 호소했고, 이스라엘의 민족주의와 키부츠 운동(당시 새마을 운동의 모태가 됨)을 비롯해 군사력 현대화 등이 우리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또한, 국가대표 축구 시합을 서로 오가며 개최함에 따라, 한국과 이스라엘은 마치 영원한 형제국가로 떠오르는가 싶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진출권 1장을 놓고 우리가 이스라엘을 꺾고도 호주에 참패해 본선에 나가지 못한 애석함을 기억하는 분들은 한국-이스라엘의 축구 교류사를 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1974년부터 중동 건설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또한 우리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에 원조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즉각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을 철수하면사 양국 1992년 한국과 대만 관계처럼 식고 말았다.

대신에 중동은 전 세계의 호재로 등장했다.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화석연료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돼 전 세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OPEC의 원유 금수 조치를 시작으로 원유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중동이 새로운 부의 축적지역으로 떠올랐다. 한 순간에 부를 거머쥔 중동의 왕국들은 앞 다퉈 자국의 인프라, 교육, 의료시설 등을 현대화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 우리에게 떨어진 떡이 인프라 건설이었다.

중동에서 한류의 의미

1990년대에 들어 중동건설 붐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우리는 대신에 자동차와 선박을 많이 수출했다. 그러나 한류가 중동에도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우선, 중동은 이슬람 문화가 압도적으로 전 국민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이나 동양의 문화가 침투하기가 힘든 곳이다. 그렇기에 드라마도 터키나 두바이에서 제작된 이슬람콘텐츠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음악도 전통 이슬람 풍의 대중가요가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이런 철옹성과도 같은 중동에 한류가 파고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한류가 중동에 파고들은 것은 소비자가 남성이 아닌 젊은 여성 위주였고, 그것도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류를 접했다는 점을 우선 알 필요가 있다. 이슬람의 젊은 여성들은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을 우리는 한류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같이 이슬람 여성들도 아버지나 남편이 있는 가정 안에서는 상당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또한, 여성도 교육이나 사회진출의 기회도 얻을 수 있고, 당당히 남성들과 같이 정치나 경제 그리고 교육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른 이면에는 이런 젊은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이 아직도 생생히 그들의 인생을 가로 막고 있다.

우선, 아직도 가부장제 하에서 딸은 아버지의 재산처럼 여겨지고 있다. 딸을 결혼 시키면 지참금을 아버지가 챙기는 중동의 국가들이 아직도 많다. 팔레스타인 한류 팬들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그리고 몇 몇 이슬람 국가에 아직도 아버지가 딸을 결혼 시켜서 지참금을 가로채는 나라들이 있지만, 우리 팔레스타인에서는 지참금은 신부가 가져가요”라고 이야기한 것만 봐도 그 젊은 여성들의 아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이들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동행 하에서만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많은 수의 중동 한류 팬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도 아버지나 남편의 허락이 없어서, 또 그들과 동행할 수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이란의 한 한류 여성 팬은 “저를 제발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라고 이메일을 자주 보내왔고, 팔레스타인의 한 한류 여성 팬은 “매일 알라에게 제발 저에게 남편을 주지 마세요”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즉,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픈 욕망에, 팔레스타인 남편을 주지 말라는 뜻이다.

이슬람의 젊은 여성들이 처한 이러한 현실은 자주 비참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동의 유명한 학자인 에나지와 사디키는 그들의 편저 <중동에서의 성과 폭력>이라는 책에서 “중동과 북 아프리카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아마도 지구상에 가장 심한 곳”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중동의 여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는 심각할 정도로 억압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젊은 여성들이 왜 한류에 빠졌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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