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5.06 08:52

바야흐로 ‘디지털 적자생존(Digital Darwinism)’ 시대다.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해온 기업이라도 디지털화를 외면하고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 제조업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센 와중에 제조업에서 최종제품, 제조모델, 가치사슬 등이 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경제연구원>

◆ 제조업과 ICT의 만남…공정혁신 & 제품혁신

현재 한국에서 제조업과 ICT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주로 공정 혁신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제조업 혁신 3.0’ 등 공정 혁신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 혁신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스마트 공장’이 있다.

스마트 공장이란 주문형 제조방식 구축, 대량고객화 등을 실현함으로써 제조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다.

스마트 공장의 핵심은 적시성이다. 제품이나 기계, 장비 등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 통보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시장-본사-공장간 통합 ICT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ICT로 그때그때 필요한 물량, 공정별 상황 등을 반영해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 스마트 공장이다.

하지만 공정 혁신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에서 살아남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펴낸 ‘디지털 적자 생존 시대(Digital Darwinism),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 필요’에서 공정 혁신보다는 제품 혁신이야 말로 제조업계가 앞으로 취해야 할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제조업의 최종 공정은 고정되고 독립적인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ICT의 발달 덕분에 특정 제품을 완성한 이후에도 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CT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 기능과 연결될 여지가 생겼다.

시계가 대표적이다. 지금껏 시계는 ‘시간 정보’라는 단일한 기능만을 제공해왔다. 제조업의 역할도 시계를 완성하는 데까지가 끝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 워치’가 개발·출시된 뒤 시계는 건강, 전화, 메시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제품’으로 변모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제조업 모델이 종래 ‘유형제품 제조 중심-서비스 지원’에서 ‘서비스 중심-유형제품 지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최근 ‘스마트 워치’가 개발·출시된 뒤 시계는 ‘시간 정보’라는 본래의 기능 외 건강, 전화, 메시지 등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살아있는 제품’으로 변모했다.

◆ 한국 제조업,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으려면?…“다섯 가지만 기억하자”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의 제조업계에서는 공정 혁신에만 관심을 갖고 제품 혁신, 특히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에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2011년 당시 미국, 독일, 일본의 제조업체 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30~50%였던 반면 한국 제조업체 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단 3.94%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술 중심의 유형 제품 개발은 제조 혁신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는 서비스까지 개발해야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제조 혁신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제조업계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고, 이후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크게 다섯 가지를 당부했다.

우선 현재 공정 혁신에 맞춰진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제품 혁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넓히고, 특히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혁신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

미래 제조업종별로 예상되는 결합제품(제품+서비스)를 발굴하고, 가치사슬의 변화를 예상해 민간에 알리는 정책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제조업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핵심 요소 확충을 위해 기술개발, 업종별 플랫폼 육성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조와 서비스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산업화 시대의 관점을 극복, 제조와 서비스를 하나로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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