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5.07 17:18

노년층 일자리 확보해 경제주체 만들면 신수요 발생, 경제 파이 커져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황금연휴 덕에 부모님과 오랜만에 나들이도 나가보고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기회지만 또한편으로는 가정의달 행사 가운데 어버이날이 가장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10명 중 8명(78.3%)이나 될 정도로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잡코리아 설문조사).

과거에는 자식들이 직업을 찾고 결혼을 해 자립하게 되면 부모는 자식들이 봉양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청년실업부터 오포세대, 사오정 등 각종 사회현상으로 인해 자식들이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기에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예전처럼 경제적으로 부모를 봉양하기 어려워진데다 부모들도 고학력에 자존감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어나면서 돌봄이나 받는 ‘뒷방 노인네’로 밀려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적인 노화=노인의 사회참여’라는 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노인을 복지나 돌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적극적인 생산 및 소비 주체로 바라보면서 실제로 노년층이 일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만족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여생을 보내는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숙련된 재능이나 경험이 사회에서 재활용되길 원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면서 정부도 인구 고령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서울대 이석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 대부분이 생활패턴 변화에 힘입어 적극적인 노년기를 영위하는 데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만 65세이상 국내 인구는 10년 전인 2005년보다 약 200만명 증가한 6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에 해당한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0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인구비율 14% 이상인 고령사회는 2017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15년, 일본은 24년 걸린데 비해 한국은 10여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다.

그런데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위인 스위스(24%)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으며 OECD 가입국 평균인 12.8%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높다.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동시에 노인이 가장 빈곤한 한국에서 중장년 및 노년층이 산업발전의 경험을 살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합한 일자리가 절실한 이유다.

물론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취업임에 틀림없지만 청년실업은 구직과 구인의 눈높이가 달라 미스매칭이 많은데 비해 노년 취업은 미스매칭 확률이 낮고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정신적 효과까지 크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사회를 거꾸로 기회요인으로 활용해 실버경제(Silver Economy) 체제를 구축하면 노인층의 신수요 발생에 따라 신산업 성장과 일자리 증가 등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노인층이 노동시장으로 진입, 생산과 소비를 일으키는 경제주체가 돼 실버경제를 키우면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면서 경제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100세 시대'에 부모 세대가 적극적인 사회·경제활동을 통해 젊고 건강하게 살아야 자식 세대들도 더 이상 어버이날이 부담스럽지 않고 가족 모두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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