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7 10:23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고려했을 때 여전히 클린턴이 우세

전세계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이 실제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100% 분담, 기존에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 및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실시한 조사에 다르면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2% 포인트 높은 41%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결과가 나와 “진짜 트럼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대선 판도를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각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특유의 대통령 선거 제도 성격을 고려했을 때 클린턴이 주요 지역에서 우세할 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 지역도 트럼프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가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선거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독특한 선거 제도...선거인단 많은 주(州)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관건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국 단위의 직접 투표 제도다. 단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각 주별로 인구 규모에 비례해 할당된 선거인단이 있고, 해당 주에서 1%라도 더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이른바 ‘승자 독식형’ 구조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전국단위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도 실제 대통령 선거에서는 패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미국 대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전국 단위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의 모든 주의 선거인단을 합치면 그 숫자는 528명. 여기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선거인단이 많으면서 ▲투표 성향이 중립적인 이른바 ‘스윙 보터 스테이트(Swing Voter States)’의 투표 성향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 여전히 클린턴이 우세한 가운데 트럼프의 전략 선회에 관심

그렇다면 현재 트럼프와 클린턴의 각 주별 지지율은 어떨까. 미국의 대선 전문 매체 ‘270ToWin’은 클린턴과 트럼프의 가상대결에서 클린턴이 300여명의 선거인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반면, 트럼프는 109명을 확실히 확보하는 데 그친 상태이고 129명의 선거인단을 불투명하다고 소개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시각이다.

주별로 들여다보면 일단 클린턴은 캘리포니아(55명), 뉴욕(29명), 펜실베니아(20명) 등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플로리다(29명)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중부 지역의 선거인단 10명 미만 주에서 대부분 우세하고,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지지를 얻는데 그친 상황이다. 한편 대표적인 중립 성향 지역인 오하이오, 아이오와, 미네소타 등은 현재까지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 주(州)인 텍사스는 38명의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민주당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클린턴의 낙승을 점치기는 무리다. 여전히 선거는 6개월가량 남아 있으며, 공화당 대선주자직을 확정지은 트럼프가 이제는 클린턴과의 대결에만 집중하면서 자신의 성향을 숨기는 전략적 선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紙)는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의 재앙’이라는 높은 수위의 제목을 단 기사를 통해 “대선 주자 지명을 확정지은 트럼프가 이제는 그의 톤(tone)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욕적인 내용의 엉뚱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는 여성, 히스패닉, 이민자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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