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6.05.08 10:06

일본은 이미 지난 2006년 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현재 27.5%로 추산)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35년에는 고령화율이 33.4%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년 퇴직후 이른바 ‘하류노인’(빈곤층 노인)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늘면서 간병 살인, 자살, 범죄, 노후 파산 등 각종 노년층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노년층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 개발에 골몰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노년층을 겨냥한 개호(介護, 간병·요양) 서비스나 개호 상품이 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구 고령화로 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日 편의점·보안업체, ‘노년층 맞춤 서비스' 개발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시장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편의점은 늘어나는 일본 노인 인구의 니즈를 맞춰 이들을 주고객층으로 적극 끌어들인 것이 성장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편의점업계는 접근 편의성이 높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 1인 가구, 특히 노년층을 겨냥한 맞춤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면서 편의점 사업 자체가 노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이후 편의점 업계는 소비 여력이 가장 높은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와 상품 위주로 재빨리 변신했다. 그 결과 젊은층이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우리나라 편의점과 달리 일본 편의점은 ‘경로당’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편의점도 1인 가구 증가로 집밥과 외식의 중간쯤이라 할만한 ‘나카쇼쿠(中食)’, 우리나라로 치면 반조리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외식하고 싶어도 외출이 어렵고 집에서 밥을 해먹기엔 여러 가지로 불편한 노인들이 나카쇼쿠의 주고객층 가운데 하나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는 지방자치단계와 연계해 노인 고객들에게 도시락을 집으로 배달해준다. 세븐일레븐도 ‘세븐밀’이라는 도시락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편의점 직원이 정기적으로 독거 노인을 방문하다 보니 안부 확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부대 효과가 있다.

노인들의 건강도 편의점이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편의점 로손은 간병서비스업체와 제휴를 맺어 ‘개호로손’이라는 신개념 매장을 오픈했다. 편의점 안에 노인 전용 상담창구가 마련돼 있으며 간병업체에서 파견된 요양보호사(케어매니저)가 상주하면서 복약서비스, 약물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훼미리마트도 약국과 제휴해 ‘의약품 취급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낮 시간에는 편의점 매장에 약사가 상주해 조제약을 살 수 있고 의약품 거래 교육을 받은 직원이 상주해 일반 의약품을 24시간 구입할 수 있다.

노년층을 위한 가정 간호 서비스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보안업체 세콤은 의료·간호 서비스 업체인 스쿠이와 제휴를 맺고 24시간동안 고령자를 지켜보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낮시간에는 스쿠이에서 간호사들이 방문간호를 제공하고 야간 시간대에는 세콤이 고령자의 연락을 받을 경우 경비원을 파견한다. 세콤은 노인들에게 단말기를 보급한 후 고령자가 이 단말기의 끈을 당기면 감시센터 담당자가 고령자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세콤은 고령자의 주치의나 복용약물 등의 정보를 관리해 응급상황시 이를 활용해 대처할 수 있다.

일본의 또다른 경비업체인 ALSOK도 지난해 여름부터 핸드폰으로 노인 건강 이상을 감지해 경비원을 파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경비업체 센트럴경비보장과 간호업체 야사시이테도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들도 개호 서비스 위주로 점포 콘셉트를 바꾸고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 3위 기업인 쓰루하는 일부 점포를 개호 전문점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각종 의료기기와 노인용 기저귀 등 관련 용품을 판매하며 도쿄 아다치구에 있는 쓰루하 아다치니시아라이점은 점포 내에 접골원이 입점해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 6위 기업인 웰시아는 요양사업부를 별도로 만들고 지역밀착형 개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입욕 서비스 등을 시행 중이다. 또 의사와 약사가 함께 집을 방문해 약을 처방하고 상담을 하기도 한다.

 

◆정부도 ‘일하는 노인 늘리기’ 정책에 팔걷어부쳐

일본 정부는 일하는 노인을 늘리기 위해 정년 연장에 나서는 기업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4월부터 66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는 정년퇴직 연령 이상의 직원을 고용할 경우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70세이상’이었으나 이를 낮춰 66세이상 사원을 고용하는 기업에 1인당 40만엔(약 40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정년을 맞은 정사원이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실제로 패밀리레스토랑 업체인 스카이락은 지난해 종업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으며 혼다도 올해내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고령화 대책 중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지난 2013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했다. 원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한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통해 사업자가 ▲정년폐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중 하나를 선택해 실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 결과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희망자 전원에 대해 65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은 70%가 넘는다.

이와함께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 및 고령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이나 채용 알선 등의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령자들의 근무형태를 유연화하고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노년층이 주고객으로 바뀐 일본 편의점은 시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데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편의점 고객에 대응하려면 같은 세대인 시니어 인력 채용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편의점 시니어 사원들은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하고 계산업무를 맡는 등 젊은 직원과 똑같은 매장 업무를 맡기도 하고 점심 또는 저녁 시간대에 도시락 택배서비스도 담당한다.

카고메사와 타카시마야 백화점의 경우 60~62세 직원의 능력에 따라 전일제와 파트타임 형태로 차등 고용한다. 또 미쓰비시사 퇴직자들은 창업자에게 영업, 마케팅전략 등 다방면에 걸친 실전경험을 전수하는 컨설팅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점쳐지는 보건 및 실버산업 분야의 일자리에 고령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오는 2025년쯤에 약 250만명의 간병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문기술과 체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세탁물 관리, 단순 간병 등에 고령자들이 종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