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5.09 15:00

내년 회사채 만기도래 2조2000억

지난3월 일감이 없어 패쇄조치하고 야적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울산광역시 온산공업단지내 '해양플랜트 2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중공업>

아직도 세계 1~3위를 싹쓸이 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 '빅3'는 왜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전락했을까. 그동안 상식밖의 과당 수주경쟁을 벌여온 조선업체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24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이후 5년만에 138%나 급증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금융권 차입금 이외에도 ‘빅3’조선업계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 선두를 달리던 국내 조선 대형 조선업체들이 빚에 허덕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주 경쟁을 위해 무리한 조건을 건 계약들을 잇따라 내놨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 인도후 결제방식 도입이 치명타 

그동안 세계 조선업계는 선박건조 수주시 공정 단계별로 대금을 납부받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이후 점차 세계 경기둔화로 인해 수주실적이 저조해지자, 국내 '빅3' 업체들은 선박 인도 후 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결제 방식을 조건으로 내걸며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헤비테일은 선박건조가 완료된 후 인도직전 선박 건조대금의 90%정도를 받는 방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헤비테일 자금 결제방식은 현금흐름이 원활한 조선업 호황기때 가능한 방식이지 불황기에는 기업의 생존이 걸린 하이리스크 결제 방식”이라며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2013년이후 수주한 선박에 대해서도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비테일 방식으로 결제할 경우 선박 건조비용은 고스란히 금융권의 차입금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박 인도 날짜를 맞추지 못하거나 건조 중 설계변경 요청이 들어오는 등의 이유로 계약이 파기되면 그동안 건조비용 일체를 보존할 방법이 없게 된다.

주채권단 은행들은 아직까지 국내 조선 빅3에 대한 실사를 시작도 안했으나 겉으로 드러난 이 같은 계약 파기가 빅3 업체에서 여러차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일한 수주경쟁이 결국 차입금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한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계약 파기로 인도못한 선박만 수조원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관련 시설 2척에 대한 발주 취소를 통보받은 데 이어 2014년 3월 노르웨이 선사가 주문한 2000억원 규모의 해양숙박설비 발주취소도 전달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2년 덴마크 국영 에너지 회사가 발주한 2200억원 규모의 원유 생산용 해양플랫폼 1기에 대한 수주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역시 셸로부터 3척을 수주 받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제작 취소통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계약 취소가 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내 놓는 입장은 한결 같다. 업체들은 “선주업체의 잇따른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인도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국제 재판소 등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승소한 예는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약조건에 인도시기 지연시 조선업체 책임 조항은 명시돼있지만, 선박 건조 기간 중 설계변경시 인도시기 지연 등에 대한 세부적인 조항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비테일 결제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돼, 90%이상 공정이 끝난 건조비용을 건질 수도 없는 상황이 잇따라 여러차례 발생한 것이 부도직전에 몰린 조선업체들의 자화상이다. 이로인해 발생한 채무는 어마어마하다.

무리한 수주경쟁→5년새 차입금 138% 증가 

‘빅3’ 업체들의 주채권은행들에 따르면 조선 빅3의 차입금은 2010년 10조1000억원해서 지난해 말 24조원까지 14조원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은 2010년 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이 5조2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으로, 삼성중공업은 2조4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까지 각각 급증했다. 이는 선박 계약이 헤비테일 방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회사채도 조선 ‘빅3’의 고민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조선 3사가 내년 중에 갚아야할 회사채는 대우조선해양 9400억원, 삼성중공업 6000억원, 현대중공업 6800억원 등 모두 2조2200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9월만기 기업어음(CP)도 400억원에 달한다. 내년까지 합치면 총 98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최근 BB+로 낮아져 회사채 재발행을 통한 돌려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현재 신용등급은 ‘A+’를 유지하고 있으나

언제든지 하향조정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추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에 따른 파이낸싱이 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가 없을 정도로 재무 관리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올해 신규 수주가 증가하거나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박 인도 후 들어올 자금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있은 후 주채권 은행 중심으로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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