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0 12:49

총수 일가의 적은 지분을 통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와 경영권 장악 우려는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근거로 거론돼왔다. 그 결과 신규 순환출자 금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지분권 제한, 지주회사 제도의 지분율 규제 등이른바 ‘지배구조’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순환출자 규제의 경우 재계에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 원칙에 대체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매각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 이를 급히 해소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대부분의 그룹사는 순환출자 관련 혼란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편 금산분리와 지주회사 규제는 여전히 국내 산업의 발전의 발목을 잡는 ‘시대착오적’ 규제로 거론된다.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인터넷 은행 출범조차 은산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은행법에 막혀 지연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 규제로 국내 주요 그룹의 손자회사들이 자회사의 지분 매입 부담이 커 상대적으로 투자와 고용이 침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카카오 빠진 카카오은행?...금산분리 규제로 핀테크 발전도 가로막혀

국내 금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의 은행에 대한 ‘의결권 있는 지분’ 소유를 4%까지만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이른바 ‘사금고화’ 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만들어진 규제다. 

하지만 이 같은 산업·금융의 획일적인 분리가 국내 금융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대규모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된 카카오는 이름이 ‘카카오은행’인 인터넷 은행에 대해 4% 밖에 의결권 있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사실상 사업 주도권을 포기하고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은행이 탄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경련은 금산분리 규제를 풀 경우 18조6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21만4000여개 일자리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 됐을 때, 한국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점유율이 미국과 영국의 평균수준까지 성장한다고 가정하는 경우의 부가가치 기대 증가액이다. 

인터넷 은행에 한해서만 산업자본의 의결권 행사 권한을 50%까지 늘려주자느 은행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내내 쟁점 법안으로 논의됐지만 결국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고 19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은행 등 인터넷 은행의 정상적인 출범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주식 매입·매각 혼란 및 투자 저조로 이어져

지배구조 규제와 관련해 전경련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손자회사(지주회사의 자회사의 자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모두 갖고 있거나, 아니면 모두 팔아야 한다는 지분율 규제가 문제라는 목소리다.

지주회사 규제로 기업이 피해를 본 사례는 이미 다수 나와있다. 2012년 초 CJ대한통운을 인수해 손자회사로 편입시킨 CJ그룹은 곧바로 지분 매입의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이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100% 지분을 가진 회사는 인천컨테이너터미널과 이엔씨인프라 두 곳 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CJ그룹은 복잡한 M&A 과정을 거쳐 자회사 지분구조를 정리해야만 했다. 지난해 말 CJ대한통운은 주시교환을 통해 자회사에 대한 100% 지분 매입을 완료했으며 인천남만부두운영·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일부 자회사는 지주회사 CJ의 자회사인 KX홀딩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분 정리 과정에서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줄여주기만 해도 지주회사가 갖고 있어야 할 증손회사 지분가치 3조5000억원이 여유 자본이 되고, 이 중 절반만 신규 투자로 이어져도 1조3000억원의 부가가치와 1만8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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