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0 13:23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시급히 풀어야 할 7대 갈라파고스 규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당장 규제를 해소할 경우 투자와 고용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들의 규제들이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과 관련된 항목은 바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과 ‘게임 셧다운제’다. 공교롭게도 두 분야 모두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우월한 업종이다.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68.1%로 미국의 66.1%보다 높은 수준이며 위암과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각각 71.5%, 74.8%에 이른다. 한국의 게임 산업 시장규모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두 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어서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산업의 경우 ‘의료 민영화’ 괴담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해 의료관광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게임 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투자개방병원 허용해 의료산업경쟁력 길러야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크게 세 가지 경우로 한정돼 있다. 서울대학교 병원이나 삼성병원과 같이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비영리법인 병원이 있고, 지방자치단체나 특수법인이나 공공단체 등이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사가 개인 혹은 단체로 운영하는 영리 병원이 있다. 

재계는 이 같은 규제를 풀어서 일반적인 기업이나 투자자도 의료 법인에 자본을 출자할 수 있도록 해 의료산업의 파이(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산업 비중은 5.1%로 미국 12.3%, 독일 7.8%, 일본 7.3%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일자리 비중 역시 2.5%에 불과해 미국(7.7%)·독일(7.5%)·일본(8.9%)에 비해 턱없이 낮다. 

태국과 싱가포르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통해 아시아 의료관광시장의 허브로 역할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도 신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경련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할 경우 GDP가 1% 성장하는 효과가 예상되며 현대경제연구원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경제적 효과’ 경제주평에 기초해 14조9000억원의 부가가치와 26만9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게임 산업 규제...“게임=사회악” 시선도 해소해야

한편 게임 산업을 둘러싼 규제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불만이 팽배해있다. 업계 자율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획일적·일방적 규제라는 비판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규제는 바로 ‘셧다운제’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로 게임의 내수산업이 1조1600억원 축소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그 근거다. 

게임을 무조건 ‘중독’ 또는 ‘범죄 유발’과 관련된 사회악으로 보는 시선이 깔려있는 규제라는 주장도 게임 업체의 불편한 속내의 요인이다. 하지만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 고려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반면 게임 결제 한도 규제에 대해서는 폐지 또는 완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인인 경우에도 월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한정해 놓은 규제는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와 성인의 자기결정권 문제에 있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용자의 과다 결제를 막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이 규제는 13년간 게임업계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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