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5.10.28 13:56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 여름 이후 수개월째 공화당 경선후보중 부동의 1위를 달려오던 트럼프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흑인 신경외과의사 벤 카슨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CBS노스와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카슨 후보는 지지율 26%를 기록, 트럼프 후보 (22%)를 4%포인트차로 따돌렸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막말과 돌발 행동을 일삼아 온 트럼프 후보에게 식상함을 느낀 공화당 지지세력들이 '안티 트럼프'의 대안으로 카슨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카슨 후보가 지지율을 끌어올릴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었는데다, 막말로 비교하면 트럼프 후보에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카슨 후보는 "이슬람교를 인정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없다"거나 "낙태를 지지하는 사람은 노예시대 주인과 다름없다"는 등 강경한 어조의 주장을 주저없이 쏟아내고 있다.

다만 카슨후보가 트럼프 후보와 차이점은 저명한 신경외과의사 출신이며, 부드럽게 자신의 주장을 편다는 점이다. 이런 면이 트럼프에게 식상함을 느낀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카슨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여름 이래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월 8%에 불과하던 지지율은 한 달 만에 23%로 치솟은 뒤 줄곧 20% 위를 지켰다.

카슨 후보에 밀려 2순위로 밀려난 트럼프 후보는 지난 9, 10월(27%) 보다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카슨 후보와 트럼프 후보 다음으로는 마르코 루비오(8%), 젭 부시(7%), 칼리 피로리나(7%), 테드 크루즈(4%) 등이 뒤를 이었다.

카슨 후보는 공화당 강경파인 티파티를 포함해 보수주의자들 사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정통 보수세력보다는 온건파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후보 순위에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경선 판도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유권자 10명 가운데 7명은 아직 어떤 후보를 지지할 지 확실히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CBS뉴스는 설명했다.

이번 달 카슨 후보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카슨 후보 지지자들보다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54%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 지 마음을 굳혔다고 답한데 비해, 카슨 후보의 지지세력은 19% 만이 현재 카슨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데 그쳤다.

CBS뉴스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정책 관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1~25일 사이 미국 전역의 성인 1289명을 상대로 조사됐다. 오차범위는 ±4%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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