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1 15:21
#1 IT기업에 근무하는 전문가 A씨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의 외부 자문위원직을 제안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수락 여부를 두고 망설이고 있다. 정부 위원회에 소속되면 ‘공무수행사인’에 해당 돼 김영란법의 저촉을 받게 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자신의 회사 사람들과의 술자리 등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경력 상 정부 위원회 활동이 좋지만 자칫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는게 A씨의 고민이다. 

#2 일반 사기업에 근무하는 B씨는 최근 아찔한 이야기를 들었다. 본의 아니게 김영란법을 위반한 ‘범죄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B씨는 회사에서 매월 발행하는 잡지의 편집과 발행을 맡은 실무자다. 그런 B씨는 해당 잡지를 인쇄하는 업체의 실무자가 사준 저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B씨는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는 언론인이어서 직무와 관련된 관계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 됐던 것이다. 그 후로 B씨는 해당 업체 관계자와의 모임을 꺼리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함으로써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됐다. 

여야 3당이 수정 재입법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아직은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단정 짓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률 및 시행령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공무원 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 기업 등은 이른바 ‘김영란법 스터디’가 한창이다. 

김영란법은 크게 5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적용의 대상 범위와 부정청탁의 금지, 금품수수 등의 금지, 위반 행위 신고 및 처리와 신고자 보호와 포상, 그리고 위반 행위자에 대한 징계와 벌칙이다. 그렇다면 만약 현행 김영란법 및 시행령이 그대로 9월 28일부터 적용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사례를 엮어서 살펴보도록 하자. 

◆ [적용 대상]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대상...각종 위원회 위원도 포함 

김영란법의 기본 취지는 ‘공공부문의 부패’ 해소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부문은 비단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도를 하는 언론인이나 각급학교에서 일하는 교원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김영란법에서 예정한 처벌과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대상 기관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을 비롯해 각급 학교,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2호에 따른 언론사 등이다. 

따라서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등이 모두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인사들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수행사인, 즉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예컨대 정부에서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 위원도 공무수행사인이며 공공기관으로부터 업무를 위임·위탁 받은 각종 연구원이나 시민단체의 구성원도 해당될 수 있다. 

민간인이면서 공공기관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자도 포함된다. 또한 공직자에 한해 그 배우자도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 [부정청탁] 이해당사자 직접 청탁은 가능...제3자 통할 경우 처벌

김영란법은 이른바 ‘부정청탁’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청탁 내용에 해당되는 사안은 김영란법 제5조 1항에서 15개 유형을 별도로 설명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다만 ‘공개적인’ 방법으로 청탁하는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또한 7개의 예외 사유를 두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구의 고충이나 민원을 대신 전달하거나 시민단체 등이 국민적 고충을 수렴해 정부에게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된다. 

흥미로운 점은 김영란법이 분명히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모든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해당사자의 직접적인 청탁에 대한 처벌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일에 대하여 직접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하는 행위는 금지되나 건전한 의사소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제3자를 통하거나 또는 제3자가 제3자를 위해 청탁을 하게 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민간인인 제3자가 또 다른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할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공직자가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부정청탁을 할 경우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가 해당 내용에 따라 직무를 처리하면 그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금품수수] “직무관련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관련성 있을 경우 ‘3·5·10’ 기준 적용

공직자등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와 관련해 김영란법이 가장 중요하게 제시하는 기준은 바로 ‘직무관련성’이다. 

먼저 직무 관련성에 관계없이 공직자등은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수 없다. 반면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의 경우 직무와 관련돼 있을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란법은 제8조3항을 통해 예외의 경우를 규정했다. 예컨대 공공기관장이 소속 공직자 등에게 위로 및 격려 차원에서 주는 포상금, 공직자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질병이나 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친분이 두터운 이들로부터 받는 금품은 제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바로 2호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 이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가 9일 시행령을 입법예고했으며 이른바 ‘3·5·10’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그 상한선이다. 

배우자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금품 수수가 금지되며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가 없다. 

강연료에 대한 규정도 시행령읕 통해 구체화됐다. 공직자등의 경우는 장관급 이상일 경우 50만원, 차관급은 40만원, 4급 이상은 30만원, 5급 이하는 20만원으로 시간당 강연료가 제한된다. 또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은 시간당 1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고 받은 공직자등과 민간인은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가운데 시행령에서 규정한 내용을 벗어나 금품을 주고 받은 공직자 및 민간인은 수수금액의 2배~5배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부강연료를 기준을 초과해 받은 공직자등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난 2015년 3월3일 국회에서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사진=MBN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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