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1 15:55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부패 청산이라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내수를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사적 관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원안에서 후퇴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는 원조 저작권자라고 할 수 있는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공감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김 전 위원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의 통과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내용이 원안에서 후퇴해 아쉽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다. 지난 2012년 권익위가 원안을 제출했을 당시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해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 삭제됐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당초 김영란법을 구성하는 3대 축 가운데 하나였을 만큼 비중이 높았으나 법 적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결국 원안에서 배제됐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란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자녀나 친척의 취업을 알선해주거나 부정 청탁을 하는 등 공무원이 지위상 권력을 활용해 친족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포괄적이어서 사실상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취업을 준비하는 자녀나 친척이 있을 경우 과연 직무관련성이 없는 업무가 고용노동부 내에 얼마나 될 것이냐는 비판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정치권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결국 수정안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다시 넣는 방향으로 김영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일각에서는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과잉입법’의 소지가 있으므로 범위를 좁혀야 하지만, 반대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다시 넣어서 원안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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