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0.16 11:00

웨이모·GM크루즈·바이두 천문학적 기술개발 투자…"韓 낙오 막으려면 규제 풀고, 세제 지원해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전동화에서 자율주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가 빠르게 궤도에 오르면서 이제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세가 매우 적극적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제도 개선, 세제지원, 인력 확보 등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율주행은 효율적 교통망을 구축해 교통 체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약자·과소지역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을 제고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다소 위축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 시장의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지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향후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켄지는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오는 2040년 약 9000억달러(약 107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25년 이후 매년 100만대 내외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역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산업 및 기술의 선진화 및 발전을 위해 이달 13일 현대모비스, 카카오모빌리티 등 7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를 창립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 현재 '레벨3'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2년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G90'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또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기술을 개발 중으로, 지난 8월 세종시에서 '로보셔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등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레벨3와 달리, 레벨4는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수준을 뜻한다.

아울러 이달 12일에는 직접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실증하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막대한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유연한 규제 체제를 기반으로 빅테크·스타트업·완성차 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고, 중국은 지난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연구개발(R&D) 투자의 절반 이상을 미국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 웨이모는 100억달러 이상을 자율주행에 투자했고, 자율주행에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GM크루즈는 앞으로 약 3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바이두도 지난해 4분기에만 56억7000만위안(약 9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테슬라가 자율주행 하드웨어를 자체 개발해 양산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9월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슈퍼컴퓨터 개발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올해 말 누적 50억마일에 이르는 실 도로상의 오토파일럿 주행 기록 데이터도 확보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인택시 상용서비스에 돌입했다. 바이두는 베이징 전 지역에 로보택시를 운영하면서 주행 데이터를 대거 축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두는 2023년부터 3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3000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 인력의 경우도 자율주행의 핵심 분야인 AI에 있어 미국은 우리나라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석·박사 이상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관련 논문 수는 우리나라의 약 11배에 달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오는 2027년 자율주행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법‧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군집 주행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하고, 운전주체‧운행영역 등에 대해 군집 주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D 및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18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도 경쟁국 대비 동등한 여건조성으로 우리나라가 미래 자율주행차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월 발표한 국가전략기술에 자율주행이 제외된 것은 문제"라며 "지속적인 기업의 투자를 위해 국가전략기술에 자율주행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확보에 관해서도 이달 13일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온라인 공개 세미나에서 서승우 서울대 교수가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를 포함한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원천 기술이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치 인정에 인색한 경향 때문에 발전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면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므로 민관이 협력해 글로벌시장 경쟁력을 가진 전문 스타트업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원천기술 확보와 인력양성을 위해 인수합병(M&A) 및 자본 참여를 장려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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