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5.11 18:51

부정부패는 인류사에서 없어져야 할 적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여 온 이 폐단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장유유서나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권 속에서 혈연‧지연‧학연 등 3연(緣)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저변에 부패는 생활의 일부로 혼돈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버리고자 법률이 제정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그것이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대해 국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리얼미터와 종편방송 JTBC가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19세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4%가 찬성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이 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데 대해 70%가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부패 척결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켜켜이 쌓여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법학자들은 목적성이 분명해야 하고 남용되서는 안되며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법으로 인해 인간 본연의 양심적 자유를 침해한다면 헌법에 위배된다.

이제와서 김영란법을 폐기하자는 논란은 의미가 없다. 사회적으로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데 반기를 들 명분이나 이유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법으로써 모순이 있다면 고쳐야하고 법 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어버릴 수 있는 폐해가 있다면 고쳐야 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시행이전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보완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사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제정됐다면 피해자도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법의 취지와 형평성 문제 등을 제대로 살펴야 할 시점이다.

김영란 법 제정 후 제기된 문제점은 크게 ▲법 적용 대상 형평성 ▲양심적 자유 침해 ▲언론 통제수단으로 악용 우려 ▲이해충돌방지조항 삭제 등이다.

법 적용대상 형평성 문제는 공직자 비리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됐다는 문제점이다. 국공립학교 교원이 공직자로 분류되기에 같은 교원인 사립학교 교원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면 의사도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하지만 제외됐다. 국립의료원 의사는 이 법에 적용대상이지만 개인병원이나 민간병원 의사는 적용에서 제외됐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언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언론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범주도 추상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SNS(사회관계망)발달로 수백만명의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블로거나 팟캐스트 방송진행자까지 언론인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정해진 범위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때 공직자는 배우자를 신고해야 한다. 안했을 경우 불고지죄에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배우자를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 개인의 양심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법은 민간영역까지 공직자 등에 포함시키는 등 모호함이 많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외에도 이해충돌방지규정을 국회에서 삭제하면서 법의 입법 목적에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헌법 위배 조항들에 대한 개선이나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않는한 앞으로 개정에 개정을 덧붙여 누더기 법률이 될 수 있는 만큼, 시행이전 보완할 것이 있다면 제대로 보완하고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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