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4 17:43

"워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나서는 분이 많지 않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정 원내대표는 14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아줄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 같이 토로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혁신위원장 찾기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만큼 혁신위에 대한 당내외의 기대가 한풀 꺾였고, 자칫 ‘무늬만’ 혁신위가 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은 회동을 갖고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별도 분리해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겸임토록 하자 곧바로 ‘혁신위 무용론’이 당내에서 불거졌다. 당 혁신에 대한 전권을 맡겨야 할 혁신위가 비대위에 밀려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이자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따로 혁신위원회가 구성된다는 것은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착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라며 “혁신 비대위가 당의 체질과 운영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비박계 대부분 의원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부 인사를 추대해 구성하는 ‘혁신형 비대위’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더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당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부 인사가 무리한 혁신을 추진하게 될 경우 자칫 당내 계파간 갈등이 불거져 당이 쪼개질 우려마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전체를 이끌고 갈만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외부에서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에서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책임지는 수준에서 역할을 마무리 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키로 했고, 중장기적 관점의 당 내부 혁신은 별도의 혁신위원회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위마저도 이끌고 갈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선자 122명을 대상으로 혁신위원장 후보군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는데,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황식 전 총리는 물론 당내외 주요 인사들이 혁신위원장직과 관련해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여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정 원내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맡기고 권한을 대폭 부여하도록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혁신위가 제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 등이 비대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임 전국위원회나 전국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 ‘비대위 아래 혁신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17일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혁신위원장직을 수용할 인사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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