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의 덕후철학] 개밥과 고양이밥
[이호영의 덕후철학] 개밥과 고양이밥
  • 이호영 철학박사(런던대)
  • 승인 2016.05.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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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개. 잘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자라는 요즘 개와 고양이의 수명이 부쩍 늘었다. 사료의 힘으로 보인다. 사람의 건강장수도 그런 먹거리의 조정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장수는 인류의 꿈이다. 장수만세의 백세시대가 시작되었건만 ‘골골한 백년’은 악몽이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고 아픈 것도 싫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관건이다. 건강장수를 위해서는 우선 먹거리를 관리해야 한다.

효과가 의문투성이인 생식의 유행이 그렇듯 우리문화는 건강을 위해서 안 먹는 것도 못 먹는 것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잡식동물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기에 먹을수록 위험해진다. 수천 년간 안전하게 먹어온 쌀, 소금, 김치, 햄 심지어 와인까지 거의 모든 음식이 발암물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장수의 먹거리를 찾던 중 현실적으로 가능한 단서를 발견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뻥쟁이 과학 기사 속 신물질이 아니다. 동물병원이나 애견샵에서 파는 개밥과 고양이 밥이다. 이전까지 개나 고양이의 수명은 7~8년으로 알려졌었다. 이건 쓰레기통 뒤져 먹다 남는 짬밥 먹고 사는 짬타이거나 짬울프 이야기다.

개의 수명은 복날에 따라 달라지니 더 부정확했다. 그러다 반려동물로 승급하면서 수명이 늘어났다. 이제는 평균 13년 이상이고, 종자와 크기에 따라 20년도 더 산다. 이 정도면 내단(內丹)을 갖춘 영물(靈物)이다. 개와 고양이 수명 연장의 숨은 공신은 맞춤 사료였다. 달리 말해 사람 음식인 짬밥을 먹지 않아서다.

반려동물을 위해 특수하게 조리한 사료는 영양도 풍부하고 입맛에도 더 맞는다. 기생충이나 질병도 없어 건강으로는 만점이다. 이를 듣고 키우는 고양이 사료를 좀 뺏어 먹어보았다. 육식동물의 사료답게 기름지고 싱거웠다. 맛도 영 아니었다. 고양이에 비해 개 사료, 특히 개 비스킷은 좀 나았지만 그래도 아니다. 내 입맛과는 상관없이 개나 고양이는 사료를 사랑한다.

결론은 났다. 발암물질로 범벅한 사람 음식은 먹을수록 위험하다. 우리도 건강장수를 위해서는 짬밥을 끊고 사료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에게도 사료가 없을쏘냐하고 찾아보니 유사품이 있다.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다는 시리얼이 그것이다.

건강장수가 아닌 생활고로 보름 동안 여러 시리얼로 연명한 적이 있다. 건강은 고사하고 세상이 노랗게 보이면서 한동안 신물과 구역질로 고생했다. 아침은 시리얼이라도 저녁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먹어야 했다. 시리얼 뿐 아니다. 게으름으로 칼로리 밸런스나 초코바도 시도해 보았다. 컵라면이나 다름없었다.

무협지에서 공력을 연마할 때면 석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벽곡단(辟穀丹)만으로 생활한다. 도가(道家) 수련에서 비롯한 벽곡단은 <수세보원(壽世保元)>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등장하는 양생을 위한 보존식품이다. 건강장수를 위해서는 벽곡단만으로 10년을 권하는데 이것이 바로 궁극적인 인간 사료일 것이다. 하지만 며칠 먹어보니 미칠 것 같았다. 아마 발암물질인 이밥과 고깃국에 심각하게 중독되었기 때문이리라.

발암성 화학물질 중독을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과 건강은 그것뿐이다. 인간 소망인 무병장수란 결국 위험한 화학물질 끊고 사료만으로 섭생하는 일일 것이다. 하나 이것도 입맛을 길들인 세대에게나 바랄 일인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란 사료뿐이지만 그렇게 살 수 없다면 걱정일랑 잊고 즐겁게 먹다 가는 게 답이다. 쓸데없는 짓 말고 깨끗이 포기하자. 건강을 위한답시고 이상한 것 찾을수록 더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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