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3.01 00:10

김진유 "네덜란드·독일 임대주택, 비영리조직·주택조합 비중 커…세금 혜택 주고 임대사업자 유인 필요"
서진형 "3억 기본주택 100만 가구 짓는다면 300조…규제완화로 늘어난 민간 주택 일부 공공임대로 확보"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 동탄 소재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 동탄 소재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려 주거안정을 이룩하고 내집마련 방안의 길을 확대하는 데 정책 목표를 맞춰야만 성난 부동산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무주택 서민의 임대료 부담과 집이 있는 중산층의 세 부담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월세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공급부족이 가속화돼 임차인의 주거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주택 보유자도 공시가격 상승 속에 세금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얼마나 많은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숫자놀음'에 빠지는 것을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주거안정을 유도하려면 주택공급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건설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실제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기본주택' 140만 가구 공급 vs 윤석열 '청년원가주택' 30만 가구·'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 가구 공급

현 정부 집값 급등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 영향도 적지않지만 시장 원리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억제 등의 규제가 매년 발표되면서 정책 부작용이 불거진 점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공급 위축 등에 발목이 잡혀 매번 실패했다. 집값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감안,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마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국민들의 내집 마련이 요원해지자 후보들마다 주택공급 확대 공약에 혼신을 힘을 쏟고 있다. 너도나도 '반값 아파트', '원가주택,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공급책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전체 311만 가구의 신규 공급 중 절반 가량인 140만 가구를 공공주택인 '기본주택'(공공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본주택은 일반 공공임대주택인 '임대형 기본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인 '건물 분양형 기본주택', 주택 소유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 적립형 기본주택',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 집', 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등으로 이뤄진다. 

이 후보는 또한 세대별 맞춤형 전략으로 '사회주택(협동조합형)'과 '공유주택' 등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사회주택이란 민간자본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면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주거 안정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에 따라 제공되는 주택이라고 이 후보측은 설명했다.

이 후보는 '서민'과 '청년'이라는 정책 수혜 계층에 지원을 몰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부의 평등'에 방점을 찍은 임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주도형 공급에 방점을 찍은 것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개입으로 저소득층의 대부분이 집을 갖도록 해주려면 저렴한 공급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국가 재정에서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사회주택·공유주택' 같은 형태는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가구씩 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원가주택(30만 가구)'과 '역세권 첫 집 주택(20만 가구)'을 대표 공약이다. 

윤 후보측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전체 주택의 7.4%를 차지하지만 수요자가 시설이 열악한 매입임대주택이나 면적이 작은 행복주택을 외면, 공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입주자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복합개발과 리모델링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와는 달리 민간 공급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역세권 첫 집 주택은 시세의 50~70% 가격에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윤 후보의 구상이다. 청년원가주택의 경우 분양가의 20%를 내고 80%는 장기 저리의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구입하도록 지원한다. 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대신에 환매조건을 내걸었다. 5년 이상 의무 거주 조건이 부여되며 5년 이후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공급자에게 되팔아야 한다. 시세 차익의 30%는 다시 환수하는 지분공유형이다.

윤 후보의 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양적·질적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원이 필요한 국민에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인 의사와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 철학이 부동산 공약에도 묻어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환매조건부이다.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환매조건부 보다는 완전소유권주택을 원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역세권지역 개발과정에 용적률을 500%로 높이게 되면 교통, 환경, 도시기반시설 부족등 난개발 문제가 필연적으로 초래될 공산이 크다.

대한부동산 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교수는 "기본주택이나 원가주택 등을 지으려면 결국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3억원짜리 원가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100만 가구이면 300조원인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재정능력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의 경우 주거의 목적도 있지만 투자의 성격도 상당히 강한데 윤 후보의 환매조건부는 완전한 소유권을 원하는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끌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울 구로구 임괄아파트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사업 투시도. (사진제공=서울시)<br>
서울 구로구 임괄아파트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사업 투시도. (사진제공=서울시)

김진유 "지역에 기반 둔 민간 부문 공급 맡으면 맞춤형 공급 가능"

많은 사회초년생들은 일자리가 몰린 수도권에 살면서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의 취약시설에 머물고 있다. 연인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신혼부부가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비극도 집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는 이들이 적정한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미래를 위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기존 일부 공공임대주택처럼 너무 좁고,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반시설도 취약하다면 외면을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LH가 공급한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서 "아늑하다"면서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말했다. 전용 44㎡(약 13평) 복층형 구조에 방 2개,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된 실내를 둘러본 소감이었다. 이 주택은 보증금 7200만원에 월세 27만원이면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감탄과는 달리 방문 이후 9개월째 공실 상태다. 입주자 소득과 자산 기준을 완화했으나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공급 중인 공공임대 '행복주택'은 입지나 규모, 시설 등 '품질'이 낮아 기피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20년 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공급된 행복주택은 총 6만7711가구다. 이 중 6개월 이상 미임대는 8.2%인 5518가구였다. 12개 행복주택 중 하나가 비어 있을 정도로 '놀고 있는 집'이 많다는 것이다. 

신혼희망타운이 외면받은 이유는 결국 소형 면적 위주의 공급이다. 전용 46·55㎡ 규모 물량이 대다수를 차지하자 신혼부부들은 아이와 함께 거주하기에 너무 좁은 평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임대에 살면 빈곤층으로 보는 사회적 낙인도 심각하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을 늘리면서 품질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 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임대 주택 재고는 2020년 약 170만 호로,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 정도다. 여기에는 5년이나 10년 임대처럼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27만 호도 포함돼 있어 엄격한 의미의 '장기공공임대' 비중은 이보다 더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0% 내외이고 네덜란드는 35%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최소 10%는 되도록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시급히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공임대 재고는 주로 60㎡(약 18평) 미만에 집중돼 있고 공공임대아파트만 분리해서 지은 곳도 많아 '가난한 동네'로 쉽게 낙인이 찍힐 수 있는 구조다. 

다자녀 무주택자 등의 수요를 반영해 공공임대도 중형으로 짓고,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다양한 소득계층이 함께 살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적극 도입하되 과도한 민간혜택을 줄이는 등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질을 높이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주체로 국가 기관과 지자체의 비중이 크다"며 "국가 차원의 공급체계를 통해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큰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덜란드·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민간 비영리 조직·주택조합의 비중이 커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이 낮은 상태에서 민간부분이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비교했다.

김 교수는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라며 "지역에 기반을 둔 민간 부문이 공급을 맡게 되면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비해 지역 기반의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을 신규로 건설·공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간 임대사업자들에게 재산세 등 혜택을 주고 공공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는 LH에 비해 다양한 규제·제한들이 있어 지자체가 LH와 유사한 형태로 신속하게 대량 공급을 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규제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교수는 "영구임대주택을 정부에서 전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재원과 택지를 마련하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양질의 영구임대주택을 보다 노력해 공급하면서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며 "나머지 중산층 이상은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수준의 질을 높이는 투트랙전략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공 임대주택의 질적 향상을 위해 민간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규제 완화나 인센티브 제공 등을 활용해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늘어나는 주택 일부를 공공 임대로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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