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19 13:17
윤주진 뉴미디어 에디터

강남역의 묻지마 살인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남혐(남성 혐오)과 여혐(여성 혐오)의 대결 구도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며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왜 모든 남성을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보느냐”는 반박이 나오면서다.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도 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라는 한 추모 포스트잇을 인용·소개했다가 논란을 빚어 해명을 하는 헤프닝마저 있었다. 

물론 이번 살인사건의 현상 자체만을 놓고 보면 여성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품은 한 남자가 여자에게 저지른 살인 사건이 맞다. 

그런데 여기서 가해자인 남자와 피해자인 여자를 각각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으로는 여자가 남자를 죽인 살인사건이나 매 맞는 남편 현상 등은 해석할 수 없다. 예외에 불과하다고 하기엔 그 예외가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프레임은 무엇일까. 바로 강자-약자의 프레임이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의 여자 교사가 남자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사회복지시설의 직원이 노인을 학대하는 것,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 재벌 3세쯤 되는 사람이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것이 모두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묶일 수 있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강자가 약자에게 저지른 범죄"의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이 당한 피해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받아들이는 정서 역시 '남성에 대한 혐오'가 아닌,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에 대한 혐오'가 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약자를 보호하고, 약자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예방책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자라는 범주 안에는 당연히 여성도 포함될 수 있고, 아동·노인·장애인·소수자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는 정신분열로 4차례에 걸쳐 19개월 동안 입원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개인적 분노를 약자에 대한 범죄로 해소할 개연성이 높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건에 '남성'과 '여성' 두 집단의 대립구도 양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가져오는 소모적인 접근이 아닐까. 평생 주먹질 한 번 해보지 않은 남자도 있고,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여자도 있다. 잘못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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