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04.14 11:59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200만년전 기후 분석…'네이처' 게재

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새로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및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이다.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제공=IBS)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이다.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이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진화의 수수께끼 풀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단은 기후모델링,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 연구진을 구성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단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을 강제력으로 이용하여 기후 모델링을 수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하여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다. 기후 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하여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가 2만1000년에서 40만 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됐음을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설명했다.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하여 특정 지역에만 살았다.

80만년 전의 '큰 기후 변화' 이후 호미닌 종의 하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하였으며, 덕분에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다른 호미닌 종이 접촉하여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 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였고,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하였음을 추정했다.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매우 유사한 결과다.

윤경숙 IBS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지난 200만 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 가스의 농도 변화, 천문학적 변동에 따른 기후 반응과 약 100~80만년전 발생한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를 담아낸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기상학 박사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기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네덜란드에서 박사후과정 2년 후, 키엘대학에서 연구 팀장으로 3년동안 근무한 뒤 하와이 대학으로 옮겨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태평양연구센터 및 하와이대학 해양학과 정교수로 재직했다. 2017년 1월 부산대학교 석학교수이자 IBS기후물리연구단의 단장으로 선정됐다. 한국 과학기자협회로부터 '2018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된 악셀 팀머만 단장은 2018년부터 2021년 4년 연속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연구자'로 선정됐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적 연구환경을 조성해 기후 전반과 그 변동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높이고 지구 기후 체계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할 것이며, 고성능 수퍼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기후 체계를 장기적으로 예측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에 14일 게재됐다. 

악셀 팀머만(왼쪽부터) 연구단장, 윤경숙 연구위원, 자오양루안 연구위원, 엘카 젤러 학생 연구원, 다니엘레몬 연구위원 (사진제공=IBS)
악셀 팀머만(왼쪽부터) 연구단장, 윤경숙 연구위원, 다니엘레몬 연구위원. 자오양루안 연구위원, 엘카 젤러 학생 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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