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20 11:15

거부권 행사 만지작...후폭풍 우려의 목소리도

청와대와 국회가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이른바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함에 따라 청와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20일 해당 개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이는 지난해 5월 불거진 이른바 ‘시행령 수정권’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맞대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결국 청와대와의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친박(親朴)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이 참패함에 따라 청와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헌법상 맹점을 활용한 거부권 행사가 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상시청문회법이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거부권 행사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사실상 19대 국회가 끝났기 때문에 재의를 요청할 여유가 없고, 오는 29일 자동폐기 되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 

그런 가운데 친박계 인사들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기습적으로 단독 상정하고 비박계가 대거 찬성표를 던져 사실상 친박계가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어버이연합 게이트, 법조계 비리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상시청문회가 실시되면 행정부가 마비되고 자연스럽게 친박계의 힘도 빠질 것으로 예측돼 일종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게다가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얼마든지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직이 야당 몫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고,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가져오더라도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철폐를 주장해 온 친박계가 이제와서 선진화법을 활용해 야당의 입법에 비토를 하는 것 역시 명분이 없다.

따라서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번에 한발자국 양보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제3당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상시 청문회를 개최하기 어려운 점도 새누리당으로서는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점이어서 일단 이번 개정안을 받아들이되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범위에서 개선하자는 주장이 친박계에서 나올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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