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05.03 17:59

김기문 단장 연구팀, 생체 시스템 모방 연구·신물질 합성 등 응용

소리에 의해 생성된 물결에는 상하로 움직이는 마루와 움직이지 않는 마디가 존재한다. 마루는 공기 중의 산소를 용액으로 공급을 하는 역할을 하며, 마디는 이러한 마루 영역이 서로 섞이는 것을 저지하는 막 역할을 하여 '막 없는 구획화'를 이룬다. (사진제공=IBS)
소리에 의해 생성된 물결에는 상하로 움직이는 마루와 움직이지 않는 마디가 존재한다. 마루는 공기 중의 산소를 용액으로 공급을 하는 역할을 하며, 마디는 이러한 마루 영역이 서로 섞이는 것을 저지하는 막 역할을 하여 '막 없는 구획화'를 이룬다.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김기문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연구팀이 소리만으로 용액 내에 분리된 공간을 생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효소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세포와 같은 생체 시스템 모방 연구에서 효소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효소를 지질이나 고분자 막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가두는 '구획화' 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하여 용액을 상하로 흔들어주는 방식으로 '막 없는 구획화'를 구현했고 다단계 효소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였다.

물이 담긴 페트리 접시에 25~90 Hz 주파수의 소리를 틀어주면 이에 상응하는 동심원 물결이 생기는데, 연구진은 이 물결에서 상하로 움직이는 마루와 움직이지 않는 마디가 존재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용액이 마치 가상의 막이 있는 것처럼 물결의 마디를 경계로 서로 섞이지 않고 구획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한 새로운 구획화 방법을 포도당 산화효소와 겨자무 과산화효소로 구성된 다단계 효소반응 시스템에 적용했다. 두 번의 효소반응을 거친 최종 생성물이 용액의 마루 영역에서만 관찰되며, 마디에 의해 서로 분리되어 동심원의 색깔 패턴으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한 구획화 방법을 활용하여 나노 입자가 용액 내의 특정 영역에서만 성장 또는 배열을 하는 등의 응용이나, 패턴된 수화젤을 합성하고 이를 세포 성장에 활용하는 등 이 발견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김기문 단장은 "이번 연구는 소리를 이용한 '막 없는 구획화'와 이를 활용한 효소반응의 조절에 대한 것"이라며 "이 방법이 생체 모방 시스템 연구나 새로운 물질의 합성 등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지난 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기문(왼쪽) 단장, 황일하 박사 (사진제공=IBS)
김기문(왼쪽) 단장, 황일하 책임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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