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6.11 14:00

전세대출 규모 급격한 상승 우려…일부 전문가 "민간임대사업자제도 부활해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올여름 대규모의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7월 31일 시행 2년 차를 맞는 임대차법이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가구가 일제히 임대차 시장에 나오면 하반기 대출 수요가 크게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입자들의 전셋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전세자금 대출 규모 확대에도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임대차법 존폐 논의는 국회에서 시작조차 안 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힘, 임대차법에 대한 개혁 시급…"전월세 바로잡아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448건으로 3개월 전(3월 8일) 3만1585건보다 16.3% 감소했다. 월세 매물 역시 1만9710건에서 1만5723건으로 20.3%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이 14.8% 늘어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특히 임대차법을 시행 2년이 되면서 전세 계약 시 전세금 인상을 5% 이내로 제한 받았던 집들이 대거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통상 집주인들이 새로 계약할 때 전셋값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물건은 없고 전셋값은 오르는 악조건이 세입자들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8월 전·월세 대란이 실제로 나타날지, 아닐지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서도 "6월에 전세 대책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임대차법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임대차 3법으로 왜곡된 전·월세 시장을 바로잡는 부동산 개혁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세자금대출 수요 하반기 '껑충'…"전세 재계약 시 1.2억 더 필요"  

이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오르는 전셋값을 대출로 메우려는 세입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5개월 동안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감소한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4개월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전세자금대출이 가계대출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것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의 가격과 소득수준을 반영해 고강도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은 상대적으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통상 전세보증금의 80% 이상 대출이 가능하다.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안정세를 찾으면서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낮춘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감소로 대출 여력이 생기면서 한도를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리고, 잔금일 이후에도 대출을 실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 이후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전세대출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갱신권이 만료되는 가구 수는 서울에서만 총 1만4284가구(아파트 기준)로 파악된다. 이들은 2년 전 갱신권을 사용하면서 임차보증금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도 적용받았다. 주거 안정성은 보장됐지만, 전세 갱신계약이 끝나고 다시 전·월세 시장에 나오면서 입주자들은 2년 사이 급격히 오른 전셋값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부동산R114는 서울에서 전세 갱신기간이 끝난 아파트를 다시 계약하려면 평균 1억2650만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형 "계약갱신청구권 끝난 전세주택시장 혼란 일으킬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존 임대차계약의 만료가 돌아오는 8~9월부터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을 잡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집값을 안정시키거나 신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난 전세주택이 시장에 나오면 시장 혼란과 가격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상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려 해도 임대차법에 가로막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차법이 전·월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해 임대차법 존속 내지는 폐지, 혹은 개편 여부가 결정돼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정권이 사실상 폐지한 '민간임대사업자제도'를 전세 물건을 확대해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정부가 임대료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해당 제도를 되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간임대사업자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는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모두에게 싸게 공급하면 좋겠지만, 전체의 8%만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며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들을 인정하고 확대 해줘야만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공동대표는 "1가구 1주택 정책을 이제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임대차법 개정이 당장 불가능하다면, 정치권이 타협해 시장 안정을 가져올 방법을 진지하게 도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대차법 전월세상한제로 4년간 임대료를 5%밖에 못 올리는 제도는 일정 금액 이하로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풀어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